차세대 스마트 기기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은 VR(Virtual 메타퀘스트VRReality, 가상현실) 헤드셋이다. 스마트폰이나 PC에 비해 VR 시장이 아직 작은 것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VR의 대중화를 발목잡고 있는 문제 중 손꼽자면 VR 기기 자체의 구동이 아닌 별도의 하드웨어 지출을 요구하는 것도 있지만 가장 큰 요인으로는 비교적 넓은 공간을 요구하는 점과 아직은 VR 연출이 새로울 것이 없는 점으로 놀이공원의 어트랙션 수준으로 머무르고 있는 것이 크다. 비슷한 장르로 관심을 크게 받았다가 몰락한 시장이 있는데, 바로 3D TV이다. 집에 TV가 있는데 굳이 3D 영상 하나 더 보자고 비싼 돈을 주고 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VR 기기도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PC와 모바일 그리고 각종 콘솔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돈을 기꺼이 지불해가며 VR 장비를 살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면 3D TV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몰락해버리는 수가 있다.
새로운 IT 제품이 나왔다고 모든 사람들이 열광하는 시대는 지나갔다. 20~30년 전의 우리는 모두가 하늘을 나는 자동차를 타고 다닐 거라고 했지만 아직까지도 타이어에서 벗어나지 못했듯이, SF 영화 등에서 묘사된 VR 또한 SF적인 상상에 그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래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VR 시장에는 3D TV처럼 어느 가정에나 있는 일반 TV 같은 막강한 경쟁자가 딱히 없는 상황이다. VR 기기는 평면 디스플레이의 역할을 대체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컴퓨터 장비들과 공존하는 것이 단점이자 장점으로 다가오고 있다. VR기기를 통하여 현재의 컴퓨터 장비들은 간접적으로 따라할 수 밖에 없었던 현실 세계의 모방을 더욱 효과적으로 이루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그것이 VR 기기의 목적이고 목표이기에 아직은 이 시장의 몰락을 점치는 것은 너무 섣부르지 않나 생각한다.
PC(Personal Computer, 개인용 컴퓨터)가 세상에 등장한 것은 1970년대이다. 이 컴퓨터에 명령을 하는 장비로는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명령 결과를 보여주는 장비로 모니터와 스피커가 있는데 현재 PC 역사의 발전과 그 궤를 같이 하였다. 인류의 역사와 50년을 같이한 이 장비들은 현재의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하게 숙련되어 익숙함에 가려져 눈치채지 못해서 그렇지, 키보드와 마우스는 결코 인간의 물리적 상호작용에 최적화된 주변기기가 아니며 모니터 또한 마찬가지이다. 일반적으로 제일 좋은 화면, 화면비는 현실처럼 크기에 제한이 없는 화면이고, 그것을 부합시키는것은 VR 기기이다. 디지털 컨텐츠들은 현실의 상호작용을 다른방식으로 치환하여 모방하려 했고, 그러한 과정이 수 십년 반복되며 소비자들에게 학습되었다. 그래서 현재는 평면 2차원 모니터 속에서 3차원으로 모방된 것을 진짜 3차원인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의 PC는 입력장치와 출력장치의 발전이 극에 달했다고 생각한다. 인류는 새로운 것을 원하고 현재 VR 기기의 핸드 컨트롤러는 최종적으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장갑같은 방향으로 발전하는 초기 단계가 아닐까 싶다.
재미있게도 현재 VR 헤드셋 시장은 블루 오션인 상태지만 동시에 레드 오션이기도 한 상태이다. 그래서 여러 빅테크 기업들에서 제품은 개발 중이지만 쉽게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블루 오션인 상태는 새롭게 형성된 시장이고 전망이 밝으며 차세대 스마트 기기로 예상되는 만큼 시장 가치가 높기에 그렇게 평가 되는 것이다. 동시에 레드 오션인 이유는 메타(페이스북 운영 회사)에서 86조라는 천문학적인 손해를 안고 가면서도 포기를 하지 않고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폰이라는 확고한 충성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는 애플도 비전 프로라는 제품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유래 없는 실패를 겪었다. 물론 600g의 압도적인 무게라는 단점과 500만원이나 하는 비싼 가격, 그리고 애플 특유의 폐쇄성으로 기존에 형성된 VR 플랫폼들과 연동이 되지 않는 점 등 많은 단점이 있었지만 메타가 형성해 놓은 시장 가격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많았다.
메타가 이렇게 손해를 보면서도 계속 추진하는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 VR계의 “아이폰”이 되려는 것이다. 이제 그냥 우리의 시장은 누가 먼저 어떤 분야의 아이폰이 되는가 싸움이다. 선점하고 자리 잡아버리면 이미 들어갈 자리가 없다는 것을 역사적으로 너무 많이 봐왔던 것이다. 물론 네이버 같은 예외도 있었다. 다음이 90년대 후반부터 무료 메일 ‘한메일’을 무기로 대한민국의 이메일 사용자 90% 가까이 독점을 했었다. 하지만 다음이 네이버에게 1등의 자리를 내주게 된 계기는 외부의 개입이 아닌 독점으로 기고만장한 다음이 온라인 우표제라는 이메일 유료제 도입으로 순식간에 아무것도 하지 않은 네이버에게 왕좌를 빼앗기게 되었다. 물론 메타가 다음과 같은 멍청한 실수를 할 것 같진 않지만 역사적으로도 재미있는 사건이라 짧게 소개해 보았다. 다시 VR 시장으로 돌아와서, 메타 말고도 VR 기기에 뛰어든 회사들이 많았다. VR기기에 이런저런 특이한 기능들을 넣은 회사들은 현재 다 포기해 버렸다. 메타에서 퀘스트(메타의 VR 기기 모델)를 발표하면서 속된 말로 경쟁자들을 다 죽여버렸다. 위에서 말한 메타가 천문-학적인 손해를 보면서도 VR 시장에서 현재까지도 버티고 있는 방법은 아주 단순했는데, 손해를 보면서 장사를 한 것이다. VR 시장에서 메타가 기준점이 되어버린 이유는 메타가 손해를 보면서까지 VR 기기를 보급 하면서 메타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성능의 기기가 가격 경쟁에서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메타의 VR 기기가 하나 팔릴 때마다 메타는 손해를 보는 구조로 경쟁을 해버리니 어중간한 회사들은 전부 VR 기기 쪽은 접을 수 밖에 없었다. 전 세계를 독점한 SNS(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를 통한 수입으로 VR 자선 사업을 한다는 말을 들을 정도니 말 다했다.
가정의 보급용을 목표로 양산화된 VR 기기는 오큘러스의 CV1이라는 모델로 2016년에 시작되었다. 그들은 처음에 저렴한 부품을 사용해서 VR을 구현하여 모든 사람들이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300달러 대로 가격을 측정하였다. 이렇게 공언하였지만, VR 기기 구조상 절대 그럴 수 없는 가격이었고, 많은 것에 타협을 해봤지만 당연히 그 가격에 나올 수가 없었다. 하지만 메타가 오큘러스를 인수하면서 메타의 대표 마크 저커버그가 VR 산업에 미래를 보았는지, 회사에 천문학적 손해를 입으면서 이 약속을 지키게 된 것이다. 아무리 원가 절감을 하고 마진을 최대한 줄여도 저 가격에 2배에서 4배 가격이 최선이지만, VR 시장의 아이폰이 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현재도 하나가 팔리면 배 이상의 손해를 보는 기형적인 구조로 VR 기기를 판매 중이다.
메타가 많은 경쟁사들을 가격으로 눌러 죽인 이후로 1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VR 기술은 갈 길이 멀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가정용 VR 기기들은 아직은 HMD(Head Mount Display, 헤드 마운트 디스플레이)형식으로 머리에 헤드셋과 함게 착용하는 시각과 청각 위주의 출력기기이기 때문이다. 촉각은 아직 개발단계에 있으며 후각과 미각은 개발단계의 초기 부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좁은 공간에서 가상세계의 발판이 되어줄 전방위 트레드밀(대각선을 포함한 동서남북 모든 방향으로 움직이는 러닝머신으로 생각하면 된다.) 또한 각종 프로토타입과 제품들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그 가격이 수백에서 천만원 사이의 가격으로 사실상 가정용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
‘VR 시장에 뛰어들 거면 우리처럼 몇십조 단위의 손해를 보면서 경쟁해보던가’ 라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메타가 버티고 있는 이상 누가 뛰어들까 싶지만 놀랍게도 현재 삼성을 비롯한 여러 빅테크 기업들에선 차세대 기기로 HMD를 생각하고 연구하며 투자하고 있는 만큼 굉장히 유망한 시장으로 우리로서는 충분히 흥미롭게 지켜볼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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