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 현장에 AI와 로봇 기술이 빠르게 도입되고 있다. 이는 인구 고령화와 인력 부족 등 의료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특히 팬데믹 계기로 원격 진료와 빅데이터 기반 의료 솔루션이 활성화되며, 의료 분야 디지털화가 가속화되었다. 실제로 미국 의사들의 2024년 AI 활용률은 66%로 전년 38%보다 크게 늘었는데, 이는 1년 만에 78% 증가한 수치다. 미국 FDA도 2025년 1월 기준 1,000개가 넘는 AI 기반 의료기기의 알고리즘을 승인했으며, 최근 들어 승인 속도가 월 평균 20건에 이르는 등 활발한 개발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WHO 등 국제 보건기구는 이 같은 급속한 기술 진전에 주목하며, 환자의 안전과 권익을 지킬 수 있도록 윤리적 기준과 제도 마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WHO는 AI의 헬스케어에서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미래를 추구한다고 하였고 기술의 혜택이 모두에게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하고 다리 장애를 극복하여 전 세계를 감동케한 엔젤로보틱스 팀, https://youtube.com/shorts/_cPMfbOYeTs?si=ZAnXY5jvjemYyfme]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 속도 및 적용 사례
의료 분야에서 AI와 로봇 기술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다. 미국 FDA 통계에 따르면 임상의료용 AI 알고리즘 700여개가 영상판독 분야에서 승인을 받았고, 심장, 뇌, 혈관 분야에서도 수십 건 이상의 AI 제품이 개발 중에 있다. AI는 암 진단, MRI 및 엑스레이 그리고 안저 사진 판독, 심전도 분석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의료진의 진단을 돕고 있다. 예를 들어, 적혈구와 백혈구 이미지를 판독해 혈액 질환을 자동 진단하는 AI 시스템과 당뇨망막병증을 조기 발견하는 안저 사진 분석 AI 등이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고 있다.
치료 영역에서도 AI는 점차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IBM 왓슨 헬스는 유전체 분석을 통해 개인 맞춤형 암 치료 계획을 제안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었으며, 한국에서도 이를 도입한 병원이 다수 존재한다. 최근에는 단순한 제안 수준을 넘어, 실제 수술의 계획을 AI가 시뮬레이션하고 로봇이 정밀하게 수행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다빈치 로봇 수술 시스템은 외과 영역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수술용 로봇으로, AI와 결합되어 정밀한 절개와 봉합, 출혈 최소화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국내의 의료용 로봇 회사 큐렉소는 척추 수술로봇 ‘큐비스 스파인’과 인공관절 수술로봇 ‘큐비스 조인트’ 등을 개발했는데, 이 중 척추로봇은 이미 FDA와 유럽 CE 인증을 획득했다. 이 밖에도 혈관 시술을 돕는 로봇이나 환자 재활을 위한 웨어러블(착용가능한) 로봇 등 다양한 제품이 개발되고 있다. 예를 들어 2019년에 설립된 한국의 스타트업 엘엔로보틱스는 관상동맥 중재술용 로봇 ‘AVIAR’를 선보였는데, 정밀 제어와 햅틱 기술을 활용해 원격 수술과 방사선 노출 감소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또한 2017년 설립된 한국의 웨어러블 로봇 기업 앤젤로보틱스는 뇌성마비 환자의 재활을 돕는 웨어러블 보행 로봇을 공개해, 환자의 걸음 의도를 감지해 보행을 보조하는 방식으로 치료를 지원하고 있다.
[의사와 환자의 유대관계도 AI가 따라 할 수 있을까?]
의료진의 수용과 현장 변화
의료진 사이에서도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현재의 의료진들은 주로 진료기록 작성, 퇴원 지침 작성, 진단 보조, 언어 통역 등 의료진의 행정, 의료 업무를 지원하는 데 AI를 활용 중이라고 한다. 미국 의사협회인 AMA의 조사에서 응답 의사의 35%는 AI에 대한 기대가 우려보다 크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AI 도구가 의료진의 행정업무 부담을 줄이고 진단의 정확도를 높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의료진이 느끼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GE헬스케어의 글로벌 설문조사에 따르면 61%의 의료진이 AI가 임상적 판단을 지원할 수 있다고 답했으나, AI를 신뢰한다고 답한 의사는 43%에 불과했다. 미국 의료진의 경우 이 비율이 26%로 특히 낮았으며, 경력이 많은 의사일수록 회의적이었다. 또한 응답자의 44%는 AI에 편향이 내재되어 있다고 우려했다. 즉, 의료진은 AI의 효용성을 인정하면서도 결과의 신뢰성과 투명성, 특이 케이스의 대응 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조사된 의료진의 42%는 번아웃 증상을 경험하며 직무 이탈을 고민 중이라고 응답해, 업무 환경 변화에 대한 부담을 호소했다.
풀어야 할 것이 많은 윤리적 이슈
AI와 로봇 기술의 확대는 환자와 사회 측면에서 다양한 윤리적 쟁점이 발생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환자의 프라이버시와 데이터 보안인데, AI는 환자의 민감한 의료 정보를 학습해 진단과 치료를 지원한다. 따라서 개인정보 유출이나 과도한 사용의 방지를 위한 안전장치가 필수다. OECD는 의료 AI가 사용하는 개인 건강 데이터는 책임감 있게 보호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책임 소재의 불명확성도 있는데, AI 진단이나 치료 보조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것인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 예를 들어 AI의 오진으로 환자가 사망하면 그 책임은 환자가 사망한 병원인가 AI 진료를 허용한 환자인가 아니면 그 AI를 병원에 판매한 회사인지가 굉장히 혼란스럽다. 현재 의료용 AI는 약이나 기구와 달리 엄격한 인허가 절차 없이 개발사 자체 검증으로만 시장에 나오고 있다. 법학자들은 “AI 도구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면 병원과 의료진이 잠재적 위험을 떠안게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한 AI는 진단의 정확도와 처리 속도를 높일 수 있지만, 환자와의 신뢰 관계와 공감, 윤리적 판단 같은 ‘인간적 요소’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 OECD와 WHO는 AI 의료 시스템 개발 시 ‘인간 중심 가치와 공정성’을 기본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중국 연구진도 “AI가 의료 효율을 높여도 개별 환자에 대한 맞춤형 돌봄과 공감은 인간 의사만이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위에서 말했듯 실제로 의료진의 44%는 AI의 편향 가능성을 우려할 정도여서,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불공정 우려도 존재한다.
의료 AI의 편향성 문제는 학계에서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 예를 들어, 과학저널 ‘npj Digital Medicine’은 의료 AI가 건강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하며, 데이터 수집부터 활용까지 전 과정에 걸쳐 공정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화 ‘엘리시움’에서 표현된 미래의 기계 의사가 환자에게 기계적으로 약을 처방하는 모습]
결론 및 개인적인 생각
너무 급진적인 변화로 나아가면 어쩌면 환자는 키오스크 앞에서 AI가 주는 질문을 클릭하며 그 자리에서 계산하고 약을 받아 집으로 돌아가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도 해봤다. 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효율적인 끔찍한 의료시스템인가? AI가 의사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도 그렇고 대부분의 전문가는 AI는 의료진의 ‘보조자’ 또는 ‘협력자’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의 공감 능력과 윤리적 판단은 (아직은) AI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영역이며, AI는 복잡한 정보를 빠르게 정리하고 정확한 판단을 도와주는 도구로서 최적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의 선은 지키면서 AI의 도움을 받아 서로 간의 시너지로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 아닌가 싶다. AI와 로봇 기술은 의료 혁신에 큰 잠재력을 지닌 반면, 넘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앞으로는 관련 정부 부처와 의료기관, 기업이 협력하여 안전 기준과 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의료진 교육을 강화하며, 환자와 사회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기술 오류나 데이터 편향을 발견할 수 있는 체계적인 검증 및 감시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시급하다. 환자에게 AI 진단과 치료 도구의 장단점을 충분히 설명해 신뢰를 쌓고, 새로운 기술에 대한 동의 절차를 강화하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기술 혁신과 환자 중심 진료가 조화를 이룰 때 우리 인류의 의료 시스템은 더욱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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