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차세대 핵심, 시맨틱

삼성전자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갤럭시 AI 기반 서비스인 Now Brief(나우 브리프)를 갤럭시 S25 시리즈와 함께 출시했다. 개인의 하루 스케줄에 맞춰 유용한 컨텐츠와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브리핑 해주는 One UI 7에 새롭게 적용된 기능인데, 이제 필자에겐 없으면 허전한 기능이 되어버렸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교수 3명이 세운 작은 스타트업인 옥스포드 시맨틱 테크놀로지스라는 회사에 삼성이 2018년부터 45억원을 투자하여 협업, 그리고 2024년 여름에 지분 100%를 인수해 이 회사의 기술을 통해 갤럭시 AI를 갈고 닦아 내놓은 서비스가 바로 위에서 말한 나우 브리프이다.

 

그래서, 전 세계가 차세대 AI기술의 핵심이라고 말하는 시맨틱은 무엇일까?

관련 기사를 검색하면 무수히 많은 기사가 나오지만 시맨틱이라는 단어만 언급할 뿐 그 개념에 대해서는 아무도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는다. 사전적 의미로는 의미의, 의미론적인이라고 번역 되어있다. 기술 분야에서 시맨틱은 명확한 정의가 있지는 않으나, 필자는 이것을 데이터나 정보가 가진 의미맥락을 컴퓨터가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라고 정의하고 싶다. 시맨틱이라는 단어 자체는 학계에서 분야를 막론하고 많이 나오던 단어이다. 그런데 왜 갑자기 최근들어 시맨틱이라는 단어가 더 자주 등장할까?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IDC가 씨게이트로부터 의뢰받은 조사에 따르면 2018년 전 세계 디지털 정보량은 33ZB(ZB = 제타바이트, 1021제곱)에 달하며 2025년에는 무려 175ZB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류가 파피루스에 기록을 시작한 이래 2000년대까지 생산된 모든 데이터가 약 20엑사바이트(EB)로 추정되는데, 175ZB는 이보다 무려 9,000배나 더 많은 양이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진, 영상 등의 화질과 용량이 늘어나고, 각종 센서에서 나오는 데이터 등 점점 데이터의 종류도 다양해지며 몇 천년동안 쌓인 데이터보다 최근 몇 십 년 동안 쌓인 데이터가 훨씬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다.

 

위의 질문에 대답은 지금부터 시작된다.

이렇게 많은 용량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져 봐야 한다. 이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결국 수많은 데이터 속 원하는 데이터를 찾아내야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이것을 빅데이터 분석이라고 일컬어왔다. 전통적인 빅데이터 분석은 다양한 소스에서 생성된 데이터에서 숨겨진 패턴, 상관관계, 추세 등을 파악하는 데 힘써왔었다. 그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데이터만 뽑아서 보는 것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인위적으로 필터링하고, 분류할 수 있는 방식으로 데이터를 저장하며 가공하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의 등장, 그리고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활용한 LLM을 위시한 AI의 등장으로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의 빅데이터 분석이 가능해진 것이다.

 

LLM이 나오기 전에는 의미를 이해한다는 건 인간만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나 LLM의 등장은 기계가 다양한 모달리티(Modality)의 입력을 이해하고 지시에 맞는 대답을 할 수 있도록 되었다. 요즘 챗GPT 등의 LLM 기반 챗봇들이 점점 인간과의 대화가 자연스러워지는 것을 모두가 느끼고 있을 것이다. 바로 이것, 다양한 데이터를 AI가 처리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입력만 해주면 AI가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할 수 있게 된 것, 바로 이것이 시맨틱 기술의 핵심인 것이다. 전 세계가 시맨틱이 미래의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금은 가히 AI의 시대라고 불러도 될 만큼 모두가 AI에 열광하고 많은 돈이 흘러가고 있다. 반도체도, 냉각 시설도, 발전소도 AI를 위해 짓는다. AI를 활용한 서비스는 우후죽순 나와서 이제 어떤 것이 출시됐는지 모를 지경이지만 세상을 평정한 서비스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AI를 어디에 쓸건데?’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모두가 공감하는 해답이 나오지 않은 상황 속 AI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은 바로 인간의 활동에서 기계가 의미를 뽑아내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것을 한 단어로 함축한 단어가 바로 시맨틱이다.

 

그래서 어디에 쓰이면 좋은가?

가장 쉽게 들 수 있는 예로 과적 트럭을 들 수 있다. 도로에 단속 카메라가 있고 경찰은 중앙 관제소에서 과적 트럭을 식별하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기존 통신 상황에서는 경찰이 직접 두 눈으로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는 CCTV 영상을 지켜보며 과적한 트럭이 지나가는지 확인해야 했었다. 그러나 CCTVAI가 탑재되어 있어 실시간으로 과적 여부를 판별하고, 번호판까지 식별할 수 있다면 어떨까? CCTV에서 관제소로 보내야 할 정보는 오직 과적 트럭의 차량 번호 뿐인 것이다. AICCTV 영상으로부터 과적 차량의 차량 번호라는 시맨틱을 추출해 내는 것이다. 실시간 영상 스트리밍과 차량번호, 둘의 용량 차이는 수만 배에 달한다. 통신에 가해지는 부담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시맨틱 통신이다. 이 예로 설명해 줄 수 있는 것은 모든 데이터를 완벽하게 전송 할 필요 없이 필요한 데이터만 골라서 보내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상용화의 가능성?

그래서 AI가 의미를 뽑아내는 것이 정말 효과가 있는건지, 기존과는 다른 성능과 효율 향상을 가져오고 있는건지, 그리고 상용화가 될 수 있는 수준인지가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다. 정답은 그렇다이다. 이제 학술 논문에 ‘AI, Transformer, Machine learning’ 등과 같은 키워드가 들어가지 않은 논문을 찾기가 더 힘들 지경이다. 최고 수준의 저널들이 트렌드를 따라가기 위해 AI 키워드를 활용해 논문을 찍어내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방법에 비해 성능의 개선이 있지 않으면 논문은 절대로 통과되지 않는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위에서 예시로 든 시맨틱 통신에 관한 논문도 실시간으로 새로 발표 되고 있으며 DeepJSCC라는 논문은 1100회나 인용되었다. 시맨틱 통신은 논문으로만 존재하는 기술을 넘어 산업에도 가능성을 증명하고 있다. 지난 6월 포스텍과 LG전자가 협력하여 영상과 음성의 핵심 정보만 전송하여 다양한 목적 태스크에 사용하는 시맨틱 통신 기술을 실제로 개발하고 국제 통신 학회 (IEEE ICC)에서 시연하였고, KT 미래네트워크연구소는 노키아 소속인 미국의 벨 연구소와 협업하여 시맨틱 통신 기술을 개발 중이며 지난 5월에는 벨 연구소 본사에서 진행된 6G & 시맨틱 통신 기술 워크샵을 통해 시맨틱 통신 기술을 실증하였다.

 

시맨틱의 마지막 장애물

물론 시맨틱 기술이 이처럼 장밋빛 전망만 가진 것은 아니다. 시맨틱 정보가 무엇인지 아직 명확한 표준이나 정의가 없기 때문에 목적이나 종류에 따른 구현 방식이 너무나 다양해져 상호 운용성을 확보하기 힘들다. 시맨틱 통신에 항상 따라붙는 말이 Task-Oriented인데, 이 말은 특정 작업에는 최고의 효율을 달성하지만 뚜렷한 목표가 없는 작업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리고 시맨틱 기술의 가장 큰 병목으로 꼽히는 것은 바로 AI의 성능이다. 시맨틱 통신에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서버가 아닌 엣지 디바이스에서의 AI 구동을 위한 계산 복잡성이다. 이러한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맨틱 기술이 제공하는 의미 이해 능력이 데이터가 폭증하는 시대에 한정된 자원을 통해 전달되는 정보의 가치를 극대화하고, AI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계속해서 늘어나기만 하는 데이터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활용하느냐가 AI 기술을 다음 단계로 도약시키기 위한 혁신이다. 현재에도 온톨로지 자동 생성 기술 연구, 온디바이스 AI를 위한 AI 경량화 연구, 분산 시맨틱 처리 기술 등 시맨틱 기술을 현실로 바꾸기 위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고 AI시대의 다음 정거장인 것은 확실하다.

 

IT

> comments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