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로봇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신체적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근원적 욕망의 산물이며, 엔젤로보틱스는 이 욕망을 가장 현실적인 방식으로 구현해낸 드문 사례다. 초기에는 B2C 시장을 겨냥했지만, 사용자의 자립 욕구라는 통찰을 바탕으로 방향을 전환해 병원 중심의 B2B 의료기기 시장에 집중하였다. 엔젤로보틱스는 착용자의 보행 의도를 정밀하게 인식하고 필요한 만큼만 보조하는 'Angel Legs M20'을 출시해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세계 최초로 효과를 입증하였으며, 건강보험 수가 신설과 함께 상업화에 성공, 2024년 코스닥 상장에 성공하였다. 최근에는 신개념 ‘웨어러블 휴머노이드’ WalkON Suit F1을 통해 사이보그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했고, 물리적 데이터를 수집과 분석할 수 있는 ‘Angel SUIT H10’ 과 ‘엔젤 A’ 플랫폼을 통해 Physical AI 시대의 핵심 인터페이스로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생각해 보면 로봇의 발전은 재미있게도 공학도들의 판타지를 쫓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 어릴 적부터 만화책과 영화를 보며 키워온 그런 판타지 말이다. 가장 큰 방향 중 하나가 바로 ‘나의 말을 잘 듣는 밥도 먹지 않고 휴식도 필요 없는 기계 도우미’에 대한 로망이었고, 이는 최근 Tesla, Unitree를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벌이고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현실화 되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방향으로는 위의 기계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이 아닌, ‘기계를 통한 신체 능력의 확장’ 즉 아이언맨 같은 다양한 형태로 표현되어 왔던 ‘웨어러블 로봇’이다. 실제로 세계 최초의 상용 웨어러블 로봇은 1960년대 제너럴 일렉트릭이 개발한 착용형 로봇 ‘하디맨(Hardiman)’이다. 이는 일본의 와세다대학에서 만든 최초의 휴머노이드 로봇 ‘와봇(WABOT)’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 이처럼 로봇의 역사는 길지만 영화에서나 보는 것이지 현실에서는 큰 식당의 로봇 서빙기 말고는 구경조차 할 수가 없다. 도대체 어떤 문제 때문에 로봇의 상용화가 이토록 어려웠던 것일까?
웨어러블 로봇의 상용화는 시작이 굉장히 빨랐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두 가지 이유로 더디게 진행되었다. 첫째로 사람마다 로봇에게 원하는 것이 너무 달랐고, 둘째로 같은 효과를 제공하더라도 다르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핵심 원리가 비슷해도 어떤 신체 부위를 어떻게 얼마나 도와주어야 하는지에 따라 구성이 비슷한 듯 달랐기에, 기술의 호환이나 교환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채 각자의 방법으로 산발적으로 개발되어 왔다. 예를 들면 안경점에서 안경을 맞출 때 “이게 표준입니다”라고 해도, 실제 착용해 보면 각자에게 맞는 위치·모양·두께 등이 다르기 때문에, 결국 진짜 편한 안경을 만들려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춘’ 정밀한 설계와 조정이 필요하다. 안경만 해도 그런데 웨어러블 로봇은 얼마나 심하겠는가? 로봇이 다리를 들어 올리거나 힘을 보태는 원리는 같아도, 누군가는 허벅지 근육이 약하고, 또 누군가는 발목이나 엉덩이, 또는 균형 감각에 더 어려움이 있다. 똑같은 기계적 보조를 받아도, 어떤 사람에겐 “와, 정말 잘 걸을 수 있어요!”가 되지만, 또 어떤 사람에겐 “이건 오히려 불편해요, 내 몸엔 안 맞아요”가 된다. 즉, ‘내 몸에 꼭 맞는 안경’을 찾는 것처럼, ‘내 몸과 움직임에 딱 맞는 로봇’이 필요했지만, 지금까지는 표준화·호환성 없이 모두 각자 다른 방식으로 개발하다 보니 상용화가 더뎠다. 정리하자면, 웨어러블 로봇의 상용화는 “모두에게 맞는 한 벌의 옷”이 아니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딱 맞춘 맞춤 옷’ 을 만들 때 비로소 진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아직도 ‘완벽한 맞춤’이라는 도전 과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이렇게 판타지 영역에 답보 중인 듯한 웨어러블 로봇을 대한민국의 엔젤로보틱스라는 기업에서 전 세계 어느 기업보다 성공적으로 현실적인 시장으로 끌어내고 있다. KAIST 공경철 교수는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이동 방법인 ‘보행’을 돕는 로봇의 상용화를 목표로 2017년에 엔젤로보틱스를 창업하였다. 국내의 위로보틱스와 중국의 Hypershell은 B2C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반면에 엔젤로보틱스는 공동창업자인 세브란스 재활병원의 나동욱 교수와 17년 간 글로벌 헬스 케어 사업을 경험한 작년 새롭게 선임된 조남민 대표를 필두로 의료기기로서의 웨어러블 로봇, 즉 B2B 시장을 주 타겟으로 삼고 있다.
엔젤로보틱스도 처음에는 B2C 시장을 노렸었다. 초창기 LG의 전폭적인 투자를 바탕으로 고령자 및 보행질환자 대상의 일상 보조 로봇 엔젤슈트를 출시하였고, 2019년 ‘미라클 프로젝트’라는 전국 단위 임상 실증 사업을 통해 117명의 참여자와 함께 36개의 로봇을 실험하였고 신경근육 상태에서 확연한 개선을 보였다. 그러나 기술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사업적인 한계가 드러났다. 많은 참가자들이 ‘나는 장애인이 아닌데, 왜 로봇에 의지해서 걸어다녀야 하느냐?’ 며 로봇에 의한 도움이 아닌 본인 신체의 회복과 자립에 대한 갈망을 전했다. 이 피드백을 바탕으로, 엔젤로보틱스는 B2C 시장 대신, B2B 시장인 의료기기 분야로 방향을 전환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로봇이 얼마 전에도 소개한 전 세계인들의 심금을 울린 엔젤로보틱스의 ‘WalkOn Suit F1’ 인 것이다. 이를 통하여 국제 사이보그 올림픽 외골격 레이스에 출전한 하반신 마비를 앓고 있는 Team Kaist 소속의 김승환 파일럿이 이 로봇을 착용하고 목발을 집어던지는 퍼포먼스와 함께 압도적인 점수차로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다.
[엔젤 슈트 H10은 이제 재활훈련을 돕는 하나의 도구 이상의로서 사용자로 하여금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 보행 훈련을 돕는다.]
전세계적으로 벌어지는 로봇 전쟁에서 대기업들이 자본력으로 하드웨어의 성능을 과시할 때, 엔젤로보틱스는 얻기 힘든 ‘의료’와 ‘일상’이라는 영역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젠슨 황이 끊임없이 외치던 ‘피지컬 AI’는 현실 세계의 맥락과 의도를 이해하고 상호작용하는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자는 그 핵심이 아이러니 하게도 가장 인간적인 데이터, 즉 결함과 극복의 데이터에서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까지의 AI는 정제된 데이터를 먹고 자랐다. 텍스트, 이미지, 코드 같이 명확한 규칙과 패턴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현실 세계는 어떤가? 미끄러운 바닥, 예상치 못한 장애물, 그리고 당장 예측 불가능한 ‘사람’이라는 변수가 존재한다. 따라서 공장에서 인간과 함께 협업하고 집안일을 도우며 재난 현장을 누비는 로봇이 나오기 위해서는 엔트로피로 가득 찬 이 복잡함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여기서 엔젤로보틱스가 축적하고 있는 데이터의 본질적인 가치가 드러날 것이다. 우리가 재활 과정에서 얻는 데이터는 단순히 정상인의 걸음걸이를 흉내 낸 영상이 아니다. 뇌와 신체가 단절된 환자가 다시 일어서기 위해 한 걸음을 내딛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도’, ‘노력’, ‘힘의 조절’, 그리고 ‘균형의 재구성’에 대한 가장 원초적인 기록이다. 로봇이 환자의 미세한 움직임에서 보행 의도를 읽어내고 환자는 로봇의 보조력에 반응하며 다시 근육과 신경을 조율한다. 이 상호작용의 모든 순간이 바로 피지컬 AI가 세상을 배우는 가장 완벽한 데이터가 된다. 엔젤로보틱스는 바로 그 데이터의 원천, 즉 ‘피지컬 AI를 위한 파운데이션 모델’을 만드는 인프라 기업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이것이 젠슨 황이 말하는 피지컬 AI 시대의 본질이며, 그저 재활 로봇을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다음 시대의 기술 패권을 쥘 수 있다고 믿는 이유이다.
[엔젤로보틱스가 사용자로부터 얻는 데이터는 단순히 걷는 방법이 아니라 ‘걷고자 하는 그 의지’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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