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또 다른 카드, 스마트 스킨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화면, 센서, 회로, 배터리가 모두 늘어나는 반도체를 만들었다. 1cm²10만개 트랜지스터를 넣고, 크기를 두 배로 늘려도 성능이 그대로다. 네이처에 실릴 만큼 기술력은 이미 인정받았다. 아직 이 반도체의 시장은 없지만 전자 피부, 의료 패치, 미래형 웨어러블 등 활용될 곳은 무궁무진하다. 스탠퍼드와 손잡은 이번 기술은 단순한 쇼가 아니라 아이폰을 넘어설 새 플랫폼, 누구나 상상하고 기대하고 있는 차세대 스마트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카드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은 현재 이 분야에 대해서 세계에서 따라올 자가 없는 상황이다. 아무도 하지 않아서 아무도 못 따라오는 분야.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선두에 있는 분야로 스트레처블 디바이스(Stretchable device)’라고 한다. 이건 폴더블도 아니고 롤러블도 아니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로 디스플레이가 늘어나고, 트랜지스터가 휘고, 센서는 피부처럼 붙는다. 정확히는 디스플레이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인 트랜지스터를 휘게 만드는 상식을 벗어난 기술이다. 기판이 고무처럼 늘어나고 회로는 찢어지지 않는다. 말도 안 되는 기술이라서 아무도 안 했다. 시장도 없고 경쟁자도 없다. 삼성은 이 기술을 가지고 혼자 앞서고 있다.

 

[일본 도쿄대의 Someya Group Organic Transistor Lab에서 만든 전자 피부, 몸의 심박수를 시각화해 주고 있다.]

 

 

필자도 논문을 읽어 보기 전까지는 별다른 기대가 없었다. 손목 위의 웨어러블 기기는 현재 많이들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워치로 시간, 심박수 측정, 수면 모니터 등과 같이 매우 편리한 기능임은 맞다. 기계 자체는 똑똑하고 편리한데 내 몸과의 연결은 어디까지나 스마트폰의 확장이라는 느낌이 강하고 사람에 따라 무게감과 시계 자체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스트레처블 디바이스는 다르다. 센서가 피부에 밀착되고, 회로가 신축성과 성능을 동시에 갖추며, 패치 자체가 하나의 독립적인 시스템이 되는 것이다. 이건 기계가 몸에 붙는다는 개념이고 더 나아가 기계가 몸의 일부가 된다는 개념이다. 지금까지 차본 어떤 워치보다 오히려 의료기기에 더 가까운 이 기술이 진짜 웨어러블의 미래라는 확신을 주었다. 이런 점에서 스트레처블 디바이스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라기보다는 공학이 다시 사람의 몸과 가장 가까워지는 순간이다. 우리가 이 흐름을 놓치지 않는다면 이 기술은 예외가 아니라 표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미래가 지금 삼성으로부터, 대한민국에서 가장 먼저 실현되고 있다.

 

배경, 원리 그리고 미래

 

디스플레이는 점점 더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처음엔 딱딱한 박스였고, 이후 벽에 붙는 TV가 나왔고, 이제는 말아서 넣는 롤러블과 접는 폴더블까지 상용화되었다. 그리고 지금, 디스플레이는 늘어나는 단계에 도달하고 있다. 디스플레이뿐 아니라 트랜지스터, 센서, 회로까지 모두가 동시에 늘어나는 전자 소자, 이른바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단지 새로운 폼을 만들기 위함이 아니다. 이 기술은 인체, 피부, 로봇, 웨어러블, 이식형 장치 등 차세대 전자기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말 그대로 몸에 붙는 전자 피부를 가능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기술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딱딱한 디바이스를 구부릴 수 있게 바꾸는 건 얇은 유리나 고분자 기판을 쓰는 식으로 어느 정도 기술 전환이 가능했다. 하지만 스트레처블은 다르다. 그만큼 난이도가 높은 기술로 단순히 구부러지는 걸 넘어 50% 이상 늘어나면서도 전자 소자의 기능이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의 무기물 소재는 이런 변형을 견디지 못하기에 결국 완전히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다. 여기엔 이론적으로 두 개의 방법으로 접근하게 되는데, 첫째는 구조적 접근으로 늘어나는 소재를 쓰지 않더라도 설계를 잘해서 소자 전체가 늘어날 수 있는 이론이다. 그리고 두 번째 방법은 소재 자체를 신축성 있게 설계하는 방식으로 전자 소자를 이루는 모든 구성 요소, 즉 기판, 전극, 반도체, 유전체, 보호막까지 모두가 신축성 있는 소재로 구성된다면 구조적 한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더 길게 설명하면 내용도 복잡하고 재미도 없으니 이 정도만 설명하겠다.

 

삼성은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하였다. 단점도 많고 기술적인 어려움도 많지만 결국 두 번째 방법이 장기적으로 가장 설계의 자유도가 높고, 진정한 스트레처블 플랫폼을 만드는 핵심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결국 스트레처블 디바이스는 단순한 기술의 진보라기보다 완전히 새로운 조건에서 전자기기를 다시 발명하는 일에 가깝다. 그만큼 진입장벽은 높고, 선두 그룹은 매우 적다. 그러나 한 번 기술이 안정화된다면 그 응용 범위는 전례 없이 넓어질 것이다.

 

피부에 붙이는 디스플레이

 

삼성전자는 가능성을 말로만 강조하지 않고 실물을 통해 먼저 증명했다. 2021, 세계 최고의 저널 중 한 곳인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에 삼성 출신 연구자들이 논문을 하나 발표했는데 다운로드 수가 무려 2만에 육박한다. 삼성은 OLED, 광센서, 트랜지스터, 배터리, 통신 모듈까지 모든 구성요소를 신축성 있는 소재로 구현하여 자가 구동 헬스 모니터링 패치를 선보였는데, 이 패치는 외부 기기 없이 스스로 작동하며 심박수와 산소포화도 같은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무선으로 전송할 수 있다.

 

[논문을 통해 공개한 늘어나고 휘어지는 회로와 센서, 디스플레이, 전력 공급까지 모두 집적한 완전 자율형 웨어러블 시스템]

 

기계적, 전기적, 통신적 기능이 하나의 늘어나는 패치에 집약되었다는 점에서 스트레처블 일렉트로닉스의 실현 가능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입증한 것이다.

 

현실적 문제와 극복

 

이런 대단한 연구 결과가 아직 실험실 안에 머무르는 가장 큰 이유는 대량 생산과 수율 문제다. 하나의 기판에 얼마나 많은 소자를 담을 수 있는가, 대량 생산 공정에 적용이 가능한가에 대한 해답이 없으면 어떤 기술도 현실로 이어지기 어렵다. 삼성전자와 스탠퍼드 대학교의 또 다른 연구는 잉크젯 프린팅 기반의 접근으로 이 문제의 돌파구를 찾았다. 전극, 유전체, 반도체, 보호막까지 모든 요소를 프린터로 인쇄해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뇌의 시냅스 구조처럼 작동하는 트랜지스터 어레이를 제작하였다. 인공 신경망을 모사한 이 어레이는 손가락 움직임에 따라 반응을 달리하며 낮은 동작 전압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였다. 이 연구는 패터닝의 유연성과 대량 생산 가능성을 동시에 증명하였고 성능 저하도 막고, 대량 생산까지 연구하고 있다. 참고로 논문이 이 정도로 발표됐다면 실제 삼성전자가 보유한 기술력은 훨씬 더 디벨롭 되어져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웨어러블 기기와 사용자 경험 중심의 완성도 측면에서 애플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인데, 갤럭시 폴드 시리즈가 이 격차를 한 발 좁혔다면 스트레처블 디바이스는 그 격차를 한 번에 추월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 전환의 열쇠로 보인다. 폴더블이 화면 크기와 휴대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데 집중했다면, 스트레처블은 기기의 물리적 경계를 아예 없애는 데에 초점을 맞춘다. 시계처럼 차는 것이 아니라 피부처럼 붙이고, 주머니에 넣는 것이 아니라 몸에 흡수되듯 사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전자기기. 이것이 가능해지면 디스플레이부터 센서, 배터리, 회로, 통신 모듈까지 모두 신축성이 있는 전자피부(e-skin)나 헬스케어 패치로 구현할 수 있게 된다.

 

전 세계 영향력이 있는 모두가 현재 차세대 플랫폼 기술의 표준을 선점하려고 경쟁 중이다. 그 사이에서 한국의 삼성이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을 먼저 완성해 버리는 것이다. 스트레처블 집적회로는 삼성전자가 고성능, 고집적, 기계적 자유도, 대면적 양산 공정과의 정합성까지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결정적인 사례로 지금까지 발표된 스트레처블 집적회로 가운데 가장 완성도 높은 연구이며 학문적, 산업적 파급력을 동시에 인정받은 결정적 전환점이다. 단순한 한 편의 논문이 아니라, 아이폰의 독주를 꺾기 위한 삼성의 다음 카드이자 한국이 다시 세계를 앞설 수 있는 하나의 무기인 것이다.

 

[CES2025에서 삼성이 비공개 부스를 통해서 한정된 사람들에게만 실물을 공개한 스트레쳐블 디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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