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꿈, 하늘을 나는 택시
필자는 ‘언제까지 살거냐’는 주변 지인들의 물음에 농담처럼 한결같이 대답한다. ‘최소한 자동차 날아다니는 건 봐야지!’ 라고, 분위기 띄울 겸 웃자고 하는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실 필자에게는 언제나 진심이었다. 어릴 때부터 ‘블레이드 러너’, ‘백투 더 퓨처’ 같은 SF 영화를 보면서 판타지를 키워오던 필자에겐 언제나 진심이고 꿈이었다. 아직은 개인용 자가용까지는 아니지만, AI의 발전에 따라 슬슬 AAM(Advanced Air Mobility, 미래 항공 교통)과 UAM(Urban Air Mobility, 도심 항공 교통)이라는 이름으로 두바이와 중국의 우한에 상용화를 시도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뛰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꿈은 아직 하늘이 아닌 현실의 벽 앞에 멈춰 서 있다. 하늘을 나는 택시, 즉 AAM 또는 UAM은 미래 교통의 상징처럼 들리지만 지금의 UAM 산업은 기술보다 현실의 한계에 부딪혀 있다. 인프라와 제도는 당연하고 법적 문제와 사회적인 문제도 잔뜩 안고 있는 상황이다.
[Joby 사의 UAM 기체, 매우 현실적인 이유로 상상 속의 자가용보다는 비행기나 드론에 가까운 모습이다.]
팔만한 땅은 다 팠다, 이젠 하늘을 보자
교통수단의 발전은 곧 ‘생활 반경’의 확장을 뜻했다. 지하철이 생기자, 위성도시가 생겼고, KTX는 전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만들었다. GTX는 이제 파주와 동탄에서도 서울 출퇴근을 가능케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땅을 팔 수는 없다. 파면 팔수록 싱크홀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의 시선은 하늘로 향했다. UAM은 단순히 빠른 교통수단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 자체를 뒤흔들 잠재력을 지녔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시간 만에, 그것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갈 수 있다면 기업들이 굳이 비싼 서울 땅에 있을 이유가 있을까? 그러나 이 모든 상상은 기술보다 훨씬 더 단단한 ‘현실의 벽’을 만나 멈춰 있다.
에어택시, 두바이에서 시험 비행 성공
최근 두바이에서 전기 에어택시가 시험 비행에 성공하였다. 교통 혼잡 해소의 대안 마련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교통 수단을 현실에서 상용화 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지상의 탈것으로 45분 걸리는 거리를 12분 만에 이동하여 매우 유의미한 시간 단축도 보여주었다. 가장 많이 노출되는 키워드로는 친환경인데 도심 내에서 저소음, 무배출 운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두바이에서는 2026년에 에어택시를 본격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전기 에어택시는 최대 시속 322km로 최장 161km까지 이동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궁금해할 요금은 인천에서 서울까지 거리를 기준으로 한화로 15만원 정도로 예상된다고 한다.
[중국에서 10년 가깝게 시범 운행 중인 무인 하늘택시]
중국에서도 거의 10년 전부터 우한에 에어택시를 상용화 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도 시범 비행 중이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문제가 있는데, 악천후에 대한 대비와 배터리 과열 등 비상 사태에 대한 항공기 자체 판단에 의존한 긴급상황 프로토콜 등이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무인 AI로 조종되는 택시가 승객의 안전과 기체의 수리비용 그리고 사고 후 데미지 등의 계산을 하며 추락을 유도하는 것에 이미 윤리적인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트롤리 딜레마를 AI의 판단에 맡기게 되는 문제를 말하는 것이다.
하늘을 나는 택시는 ‘새로운 생태계’의 시작
AAM은 하늘을 나는 택시가 아니다. 이는 자동차의 연장선이 아니라 비행기의 시작점이다. 기체 하나 띄운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이륙과 착륙을 위한 버티포트(비행체가 수직으로 이착륙할 수 있는 이착륙장), 관제시스템, 통신망, 인증 제도까지 완전히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자동차가 세상을 바꾼 건 차 자체가 아니라 도로망, 주유소, 신호체계가 함께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AAM 역시 같은 과정을 밟아야 한다. 그 첫 관문이 바로 감항인증(정부에서 하는 비행 안정성에 대한 적합성 검사)이다. 아무리 빠르고 조용해도 신뢰를 얻지 못하면 사람은 타지 않는다. 아무리 뛰어나고 대단한 회사에서 만든 빠른 탈것이라고 해도, 일주일에 한 번씩 추락 사고가 일어난다면 누가 탈 것인가? 사람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 바로 위에서 말한 감항 인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2025년 10월 기준 현재, 미국 연방항공국(FAA)의 인증 단계 중 4단계(시험, 분석)를 통과한 기업은 아직 없다. AAM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의 산업이라는 말이 그래서 나온 것이다.
중력을 이길 배터리는 아직 없다
UAM의 첫 번째 벽은 배터리다. 전기차는 앞으로만 나아가면 된다. 땅이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중력을 이길 필요가 없다. 하지만 AAM은 다르다. 스스로의 힘으로 중력을 거슬러야 하기 때문이다. 이 말은 곧, 같은 배터리를 훨씬 더 가혹한 환경에서 써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 운항에서는 배터리 용량의 26% 정도만 사용할 수 있다. 시연 비행에서는 신품 배터리를 한계까지 돌리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따라서 ‘전기차가 됐으니, 비행기도 가능하겠지.’라는 논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지금의 배터리 기술로는 중력과 안전을 동시에 만족시키기 어렵다.
하늘에는 아직 기지국이 없다
두 번째 벽은 통신이다. 지상의 기지국은 모두 아래를 향해 설치되어 있다. 하늘을 나는 새가 휴대폰을 쓰지 않으니, 굳이 위로 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AAM은 고도 300m 이상에서 날아야 한다. 즉, 지금의 5G망으로는 하늘의 교통을 감당할 수 없다. 이를 해결하려면 AAM 전용 네트워크를 새로 깔아야 한다. 지상 기지국, 저궤도 위성, 기체 간 직접 통신을 모두 잇는 하이브리드 통신망이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는, 하늘은 너무 넓어서 신호가 ‘너무 잘 잡힌다’는 점이다. 신호가 과하게 겹치면 오히려 통신 전체가 마비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전파를 특정 방향으로 정밀하게 조절하는 빔포밍 기술이 필요하다. 결론은 단순하다. 재밌게도 하늘은 뚫려 있지만, 데이터는 막혀 있는 것이다.
친환경이라는 이름의 족쇄
UAM 기업들이 내세운 공통 구호는 ‘친환경’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명분이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 배터리만으로는 중장거리 비행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하이브리드나 수소연료전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그러나 ‘100% 전기’를 내세워 투자를 받은 조비(Joby)와 아처(Archer)는 하이브리드라는 현실적 선택을 꺼낼 수도 없다. 친환경이 혁신의 동력이 아니라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된 셈이다. 조비는 2021년 수소 비행 스타트업을 인수해 800km 비행에 성공했지만, 수소연료전지의 상용화는 아직 멀었다. 생산부터 운송, 저장, 안전 인증까지 최소 10년은 더 걸릴 것이다.
[현대에서 공개했던 전기 수직이착륙기의 콘셉트, 사실 한국도 수 년 전에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여러 대기업들이 UAM 사업에 달려들었었다.]
승부는 ‘누가 먼저 뜨느냐’가 아니라 ‘누가 오래 버티느냐’
결국 지금의 AAM 경쟁은 기술전이 아니라 버티기 전쟁이다. 조비는 모든 걸 직접 통제하는 전략을 택했다. 기체, 배터리, 수소연료, 통신망, 버티포트, 서비스까지 한 회사 안에 넣었다. 미국 국방부와 손잡고 군용 기체를 납품하며 상용화 이전부터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당장 돈을 벌지 않아도 버틸 체력을 갖춘 셈이다. 반면 아처는 ‘연합 전략’을 선택했다. 기체 개발에만 집중하고 통신, 배터리, 인프라는 외부에 맡긴다. 리스크를 분산하지만 시장의 개화 속도와 투자자의 인내심이 생존의 열쇠다. 역사는 늘 반복된다. 먼저 길을 닦은 자가 쓰러지고, 뒤따라온 자가 과실을 거둔다. 현대차의 슈퍼널, 한화, 에어버스 같은 후발주자들이 이들의 실패를 학습해 시장을 차지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이다. AAM은 기술보다 사회의 문제다. 버티포트를 어디에 지을지, 소음은 누가 감당할지, 사람들이 믿고 탈 수 있을지 모두 제도와 합의의 문제다. 하늘은 이미 열렸다. 그러나 그 하늘을 나는 세상은 기술이 아니라 신뢰로 완성될 것이다. 아쉽지만 우리에게 차례가 오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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