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페이스 컴퓨터

요즘 세계를 들썩이는 가장 뜨거운 IT 소식이 뭔가 하면 삼성의 갤럭시 XR 헤드셋이다. 가장 주목받고 있는 것은 가격인데, 출고가가 269만원으로 결코 저렴하지 않지만 애플의 비전 프로 덕(?)에 이것을 저렴하게 보이게 만든다는 비전 프로의 반값밖에 안 된다는 웃지 못할 수식어가 붙었다. 지금 당장의 비교군은 어쩔 수 없이 애플의 비전 프로밖에 없기에 성능부터 기능, 내구도, 디자인 등 모든 것들이 비교되는 것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삼성에서 발표한 갤럭시 XR, 가장 주목해야될 점은 얼마나 AI를 잘 활용했냐는 것이다.]

 

차세대 스마트기기에 대한 경쟁은 지금이 가장 치열한 시기일 것이다. IT 전문가들은 대부분 차세대 스마트기기로 아이웨어로 점치고 있다. 지금의 손에 들고 있는 사각형의 물건보다 얼굴, 또는 눈을 통해 착용하는 스마트기기로 착용자의 눈과 동기화되어 착용자가 보는 것을 바로바로 저장하고 분석하는 쪽으로 AI 친화적으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빅테크 기업들은 이런 안면 장착형 스마트 장비들의 필요성에 대해서 증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여기서 또 재미있게 가지가 나뉘게 되는데, 현재 가상현실 헤드셋의 절대강자인 메타는 대중화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경량화를 열쇠로 보고 안경처럼 생긴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하였다. 그리고 애플은 가격경쟁에서는 메타를 절대 이길 수 없는 걸 알기에 철저한 고급화 전략과 그동안 쌓인 애플의 모든 기술들을 전부 때려 박은 비전 프로를 출시하였다. 그리고 251022일 삼성에서 갤럭시 XR, 페이스 컴퓨터를 발표하였다. 기회가 되어 애플의 비전 프로와 이번에 나온 갤럭시 XR을 사용해 보게 되었는데, 두 제품 모두 사용해 본 사람으로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장단점을 풀어보려 한다.

 

착용감

 

애플의 업데이트된 비전 프로는 여전히 배의 현창을 통해 바라보는 듯한 답답한 느낌은 바뀌지 않았다. 사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는 크게 뭔가 바뀌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에 크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장비의 무게(700g)같은 하드웨어적인 문제는 그대로라서, 몇십 분만 사용해도 목이 짓눌리는 느낌은 여전하다.

 

삼성과 구글의 파트너십으로 탄생한 갤럭시 XR은 비전 프로의 복제품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눈에 띄게 가볍고(550g) 사용하기 편리했다. 비전 프로만큼 선명하지는 않지만, 갤럭시 XR의 시야는 더 넓고 답답함도 덜했다. 후발주자로서 먼저 나온 비전 프로의 단점들을 철저하게 벤치마킹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뺨에 헤드셋을 고정하는 부분을 떼어낼 수 있었고 비전 프로를 착용했을 때처럼 떨어지는 것을 걱정하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었다.

 

[최초의 공간 컴퓨터를 표방한 애플의 비전 프로]

 

기능

 

두 제품 모두 멀티태스킹을 위해 여러 개의 앱 화면을 눈앞에 펼쳐 놓을 수 있고, 영화를 볼 때는 커다란 가상 화면 앞에 몰입할 수 있다. 하지만 두 제품 중 넷플릭스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제품은 갤럭시 XR뿐이었다. 사실 호환성 부분만큼은 안드로이드 기반의 갤럭시 XR이 비전 프로보다 선택지가 많고 폭이 넓음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두 헤드셋 모두 촬영한 사진을 3D로 볼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 애플의 결과물은 특히 오래된 가족사진을 넘길 때 더욱 몰입도가 높았지만, 삼성은 영상에 자동으로 깊이감을 더하는 기능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다. 감성적인 부분을 좋아하면 비전 프로,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최신 기술을 좋아한다면 갤럭시 XR을 추천한다. 두 제품 모두 화상 통화 시 사용할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 수 있지만, 현재 삼성 헤드셋은 만화 같은 페르소나만 생성할 수 있고, 사진처럼 사실적인 페르소나는 생성할 수 없었다.

 

비전 프로는 이미 가지고 있는 기기와 연결할 때 강점이 뚜렷했다. 가상 데스크톱 기능, 즉 헤드셋을 근처 Mac 컴퓨터의 거대한 웨어러블 모니터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기능이 이 헤드셋이 가진 기능 중 가장 유용한 기능이다. 같은 프로세스를 사용하는 만큼 매우 부드럽게 연결되었고, 이것만을 위한 기능이라는 느낌이 들 만큼 찰떡궁합이었다. 반면, 갤럭시 XR에는 동일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기본 도구는 없고, 일부 타사 앱을 사용하면 가능한 기능이지만 애플만큼 깔끔한 느낌은 받지 못했다.

 

[사실 삼성은 뜬금없는 후발주자가 아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VR기기 쪽으로 큰 투자를 했었다.]

 

접근성 및 조작 난이도

 

비전 프로를 착용하면 일반적으로 두 가지 방식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다. 애플의 비서인 시리에게 앱 실행, 메시지 전송, 기기 설정 변경 등의 작업을 요청하거나 직접 조작할 수 있다. 헤드셋에 내장된 시선 추적 카메라가 사용자의 시선을 커서로 전환한다. 초점을 고정한 후에는 손가락을 오므려 메뉴 항목을 선택하고 앱 창을 앞뒤로 드래그할 수 있다. 몇 년간의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새로운 Vision ProM5 프로세서 덕분에 이러한 작업의 대부분이 이전보다 약간 더 빠르게 처리되지만, 그 외에는 평소와 다름없었다.

 

갤럭시 XR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선택 사항이 더 많았다. 눈과 손가락 대신 삼성 컨트롤러를 사용하거나 손만 사용할 수도 있다. 손가락을 오므려 선택하는 동안 손에서 밝은 흰색 레이저 빔이 튀어나와 커서 역할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아니면 구글의 제미나이 AI에게 물어보면, 제미나이가 복잡한 요청을 처리하고 그에 따라 응답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컨트롤러는 33만원으로 별도 구매가 필요한데 삼성답지 않은 부담스러운 가격으로 책정되었다.

 

제미나이와 보고 있는 모든 것을 공유할 수도 있다. 헤드셋을 착용하고 남성 패션 잡지를 훑어보던 중 제미나이가 텍스트를 소리 내어 번역해 주었다. 그리고 선글라스가 눈에 띄자 제미나이에게 구글 검색을 요청해 봤는데, 본품은 물론 훨씬 저렴한 유사 제품들도 같이 찾아주었다.

특히나 이런분야의 것은 시리가 비전 프로에서 할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 갤럭시 XR은 애플이 따라올 수 없는, 지금으로서는 독보적인 AI 활용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기다려 온 시리의 내년 AI 개편을 거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으니 일단은 지켜보자.

 

그래서 누가 승자인가?

 

두 헤드셋을 한동안 사용해 본 결과, 지금 우리에게 이런 장치(페이스 컴퓨터)가 필요하긴 한 건지, 적합한지 의문이 들었다.

 

현시점 가장 진보한 페이스 컴퓨터는 스펙상으로만 봤을 땐 비전 프로다. 이보다 더 정교한 페이스 컴퓨터는 아직 없다. 하지만 이 제품 자체도 너무 서둘러서 냈더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꾸준히 업데이트를 하고 보완을 해도 아직은 멀었다라는 느낌이다. 특히나 올해의 업데이트는 점진적인 느낌이고, 처음부터 이 개념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사람들을 끌어들일 만한 것이 거의 없었다고 본다.

 

삼성의 갤럭시 XR은 상대적이긴 하지만 비전 프로 덕분에 저렴하다는 인식이 붙어, 접근성이 더 좋다고 착각하게 된다. 상대적 가격 덕분에 구매 가능성이 높아지고, 구글 제미나이를 사용하면 더 복잡한 요청을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하지만 제품을 사용해 본 후로는 제품 자체의 테스트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골적으로는 이게 끝인가? 또는 무언가 다른 큰 것을 위한 프로토타입인가 했다. 배터리가 2~3시간 지속되는 동안 스포츠나 몰입감 넘치는 영화를 감상하기에는 아주 좋았다.

 

놀랍게도 삼성은 이 헤드셋이 큰 인기를 끌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것은 삼성이 낼 다음의 무언가를 기대하고 설레게 만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이 모든 것을 읽고 난 후에도 꼭 입문을 해야겠다는 사람에게는 차라리 메타 퀘스트 3s’로 입문을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위에서 말한 거의 모든 기능이 가능하면서도 애플의 반 가격인 삼성의 갤럭시 XR6분에 1 가격(43만원)이다.

 

정확히 딱 잘라 말해서 누가 더 잘 만들었고 누가 승자라고 말하기에는 두 제품 모두 장단점이 명확했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히 말해줄 수 있다. 지금까지는 휴대전화나 컴퓨터를 포기할 만큼 가까워지진 않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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