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유일의 엔비디아를 거부한 시흥

20251030, 대한민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 사람들이 놀란 엄청난 일이 있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이 다음날(31) 열리는 APEC 2025 참석차 한국에 온 김에, 하루 일찍 서울 강남 코엑스에서 열린 엔비디아 페스티벌에도 참석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그래서 필자도 없는 시간을 쪼개 페스티벌에 다녀왔다. 젠슨 황은 엔지니어들에게는 락스타 같은 존재이기에 필자에게는 꼭 만나보고 싶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젠슨 황이 무대에 올라와서는 케이팝, 케이드라마, 케이뷰티 같은 단어를 외치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를 때쯤 갑자기 삼성의 이재용 회장과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이 깜짝 등장했다. 현장 분위기는 정말 열광의 도가니였다.

 

영화나 소설, 조작된 AI보다 더 비현실적인 일이 현실에서 벌어졌는데, 지금 글을 작성하면서도 어이가 없다. 세계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이 한국에서 치맥을 먹고 싶다며 한국 최대의 대기업 삼성의 회장 이재용과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회장을 서울 삼성동의 깐부치킨이라는 치킨집으로 불러내서 함께 치맥을 먹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두 회장을 예정에 없던 엔비디아 25주년 기념행사 무대로 불러내서 GPU 26만 장 공급을 약속하였다. 이 숫자는 어마어마한 숫자로 현재 엔비디아 GPU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독자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생각한다. 엔비디아의 GPU가 없으면 AI 경쟁 자체가 어려운 요즘 시기에 삼성, SK, 현대자동차, 네이버 등에 26만 장이나 배정을 약속받은 것이다. 참고로 전 세계의 빅테크 기업들이 구매하려고 줄을 서고 있고 기업뿐만 아니라 나라 단위로도 사고 싶어도 못 사고 줄 서서 기다리고 배정받고 있는 것이 현재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이다. 이것은 약 15조 원 사이 규모의 어마어마한 거래이다.

 

시흥시의 일은 번갯불에 콩 굽듯 갑자기 벌어진 일이 아니다. 2017년에 서울대학교에서 시흥에 미래 연구단지를 짓기로 시흥시장과 함께 발표하고,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시흥의 배곧동에 짓기 위해 10조 원이라는 자금까지 준비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시흥 시민들은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좋아하였다. 그리고 위의 상황 그대로 젠슨 황이 한국에 방문하고 그래픽카드 26만 장 공급을 약속했다. 그리고 11월 초, 서울대학교에서 이런 발표를 하게 된다. ‘시흥시 배곧동 주민들의 반발로 사업을 중단한다.’ 주민들이 데이터센터의 존재가 생명 위협 시설이라면서 거세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그래픽카드 26만 장을 받아도 지역 주민들의 반대로 쓸 수 없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초대형 전력 시설로 보았고, 전자파와 집값을 이유로 강하게 반발했고 서울대학교는 지역 주민의 반발에 결국 부담을 느끼고 계획안을 전면 중단했다. 이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숫자로 독자들에게 설명해 주겠다. 첨단 AI 연구를 하려면 데이터 센터가 필요한데, 그 안에 들어가는 것이 그래픽카드다. 그래픽카드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대한민국 최고의 공과대학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에서 연구를 위한 H100 그래픽카드 한대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중 으뜸이라는 카이스트조차 H100이 두 개 있다. 심지어 그나마 있는 그 두 개도 중고다. 나머지 다른 대학교들은 말할 것도 없다.

 

물론 시흥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해당 전공자들이 테스트를 하고, 방비를 하여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전자파가 무해하다는 보고서를 준다고 해도, 찝찝해 할 수 있다. 집값에 영향이 있으니 반대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사실 필자는 정치 쪽으로는 문외한이라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이 틀렸음을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어렵다. 역사적으로도 과학적 발전을 막는 많은 요인 중 하나는 정치 문제였다. 부디 서울대와 정부에서는 시흥 시민들의 입장을 한번 생각해 보고, 시흥 시민들은 대한민국 AI의 발전의 시발점이 될 수 있는 현재 상황을 생각해 보면서 원만한 합의점을 끌어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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