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수, 영화와 현실

어릴 적 많은 아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로망은 기계로 이루어진 사이보그의 신체들이었다. 그런 로망을 가슴에 품고 살다가 여러 영화 속에서 구현된 로봇 팔들을 보며 더욱 열광했던 것 같다. CG가 더욱 현실적으로 변하면서,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장비들을 보며 과연 저런 것들을 실제로 구현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영화 속의 멋진 기계 의수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역시 마블 영화 속 윈터솔저의 강철 팔일 것이다. 기존의 팔과 손의 기능을 똑같이 수행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강성과 파워 그리고 유연성으로 인간이 할 수 없는 일까지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위에서 말한 윈터솔저의 강철 팔 뿐만 아니라 영화 속에는 슈퍼 파워를 가진 인공신체가 자주 등장하는데, 자료조사 및 로보틱스 전문가의 조언을 바탕으로 영화 속의 의수가 현실화 될 수 있느냐는 물음에 답해보려 한다.

 

현실 세계에서 의수와 의족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는 슬프게도 수많은 부상자가 발생한 대규모 전쟁 때문이었다. 다리와 팔이 절단된 병사들의 재활과 일상생활 복귀를 위해서 다양한 방식의 인공신체가 개발되기 시작되었는데, 초기에는 특별한 기능보다는 단순히 신체의 모양을 대체하는 영화 내부자들의 이병헌 배우가 착용한 그런 의수가 대표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다가 일련의 기능성을 추가한 다양한 의수(무언가를 잡을 수 있는 기능이 들어간 집게 모양의 의수)들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모양과 기능을 결합한 의수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점점 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봇 기술과 첨단 센서까지 결합 된 인공신체를 통칭해서 바이오닉이라 부른다.

 

[마블 영화 속 윈터솔저의 강철 의수]

 

현실 세계의 바이오닉 암은 강력한 파워보다는 일상생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동들이 손과 팔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큰 도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일을 자르거나 병뚜껑을 열고 머리를 빗고 화장을 하고 신발 끈을 묶는 등의 모든 일상적인 영역에서 별다른 조작 없이도 최대한 실제 손과 비슷하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 현재 바이오닉 암의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부터 여러 첨단 기술들을 접목한 바이오닉들이 개발되기 시작하면서 이제는 바이오닉 전문 기업들도 10여 개를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의수는 사용자 개개인의 신체와 특성에 맞게 별도 제작되기 때문에 그 비용이 만만치 않을 뿐만 아니라 제작하는 데에도 시간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 별로 큰 문제가 아니라 생각할지 몰라도, 안타깝지만 이런 문제들을 직접적으로 겪는 나이대가 바로 성장기의 아이들이다.

 

바이오닉 전문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전 세계적으로 아직 10여 개에 불과하다. 의수를 만드는데 기본적으로 대기하는 시간이 2년인데, 어린아이에게 2년은 결코 적은 시간이 아니다. 2년 사이 신체가 더 성장할 걸 고려하면 성인이 될 때까지는 제때 의수를 사용하기 힘들 것이다. 이런 소식을 듣게 된 전 세계의 공학도들은 3D 프린터를 이용하여 직접 제작하고 간단하게 조립할 수 있는 의수를 아이들을 대상으로 공급하고 있다는 훈훈한 뒷이야기도 있다.

 

[엔젤 주프리아는 그녀의 의수를 자신만의 개성을 뽐내는 장치로 발전시켰다.]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바이오닉 암도 확실히 다양한 방면으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교통사고로 한쪽 팔을 잃게 된 뮤지션을 위해 드럼 연주에 특화된 팔이 개발되기도 하고, 배우이자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인 미국의 엔젤 주프리아(Angel Giuffria)처럼 자신만의 개성을 듬뿍 담은 커스텀 모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기술적으로만 따져본다면 인간의 근육과 힘줄을 모방해서 인간의 힘을 훨씬 능가하는 인공신체를 만드는 것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터미네이터의 팔과도 비슷한 강력한 인공 팔이 실제로도 개발되지 않을까 싶은데, 이런 강력한 인공 팔을 만드는데 정말 중요한 기술은 강한 완력보다는 오히려 이 힘을 조절하는 센서에 있다고 한다.

 

실사용 중인 바이오닉 암으로 하는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가 유리컵을 들거나 전구를 갈아 끼우는 일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자칫 힘을 조절하지 못할 경우 유리가 깨져버리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너무도 당연하게 어떤 물체에 접촉했을 때 아주 찰나의 순간에도 그 물체의 무게를 짐작할 수 있고 어느 정도 힘을 들였을 때 이 물체가 부서진다는 것을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그냥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다.

 

이 모든 것은 피부에서 느껴지는 감각과 근육에서 전해지는 힘이 뇌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인데, 의수는 이런 신호를 뇌로 보낼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가볍고 강력한 탄소섬유와 유압 기술, 그리고 강력한 모터를 결합해 실제로 사람의 힘을 훨씬 능가하는 인공신체를 만드는 건 현실적으로 가능하고 쉽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손에 감각이 없을 경우 가벼운 악수만으로도 상대방의 손을 뭉개버릴 수 있기에 제약을 두자고 약속한 것이라고 한다.

 

[이런 간단한 작업도 심혈을 기울여서 해야 한다.]

 

사실 이런 의수에 센서를 장착하고 자체적인 프로세서를 통해서 어느 정도의 힘 조절은 가능하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바이오닉 암들이 이런 방식의 센서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고, 이런 방식은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가장 보편화된 방식은 의수에서 느끼는 신호를 전기신호로 바꿔서 사용자의 팔로 전달하는 방식인데 무선으로 연결된 의수에 압력을 가해서 사용자가 이를 느끼는 과정을 실제로 실험하기도 한다. 이미 이런 기술은 잘 발달되어 있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것이다.

 

다른 사례로는 팔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을 당시에 바이오닉 암을 위한 별도의 시술을 병행하는 것인데, 절단하는 팔의 각 손가락의 신경을 최대한 살려 절단되지 않은 부위에 이식하여 각 손가락의 신경을 이식한 지점에 저주파로 신호를 전달할 수 있는 센서를 장착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이런 기술을 통해서 의수지만 만지는 것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게 된다고 하는데, 그런 감각을 통해서 훨씬 세밀하고 자연스럽게 만지고 잡는 동작이 가능하게 된다고는 한다. 하지만 이 사례는 어디까지나 절단되는 팔의 신경을 최대한 살렸을 때 가능한 기술이기 때문에 선천적인 장애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신경을 살리지 못했을 때에는 적용이 어렵다. 한마디로 절단 전에 모든 걸 다 준비한 상태로 의수를 위한 수술을 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의 감각 수준으로 다양하고 세밀한 데이터를 즉각적으로 알 수 있는 인공감각을 부연하는 것 자체도 쉽지 않지만 이를 뇌로 전달해서 기존의 신체처럼 느끼게 하는 데는

아직은 더 오랜 시간과 연구가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만약 이런 인공적인 감각까지

가능하게 된다면 정말 윈터솔저같은 강력한 의수도 만들어지게 될지 않을까?

 

김새게 해서 미안하지만, 이런 의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이유는 한 가지 더 있다. 영화 속의 강력한 힘이 사실 팔에서만 나오지는 않는다는 사실 때문이다. 사람이 뛰고 물건을 드는 등의 모든 행동은 하나의 신체 부위가 아니라 몸 전체가 관여한다. 특히 힘을 쓰고 지탱하는 데는 척추의 역할이 중심이 된다. 무거운 물건을 들려면 팔만 강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지탱하는 척추의 힘이 같은 수준으로 강해야 한다. 펀치의 힘으로 벽을 뚫으려면 팔과 주먹뿐만 아니라 팔을 뻗는 어깨와 척추, 이를 지면에 지탱하는 다리까지 강해야 하는 것은 사실 로망에 가려진 이성 저 안쪽에서 이미 알고 있지 않았는가.

 

황당한 것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슈퍼 의수와 의족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설정은 스파이더맨에 등장하는 가장 비현실적으로 보이는 닥터 옥토퍼스라고 한다. 척추부터 지탱 해주는 강력한 구조가 바탕이 되기 때문에 모든 촉수가 강력한 활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는 것인데, 한가지 흠이라면 마찬가지로 착용자가 인간을 초월한 허리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한다.

 

너무나 당연하기에 의문도 품어본 적 없는 행위나 동작이 누구에게는 큰 모험이 될 수도 있다. 기술의 발전이 그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다가가 일상생활에서의 격차도 더욱 줄어들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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