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빅테크 기업들(구글, 오픈AI, 테슬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서로 간의 경쟁으로 새로운 신기술들을 거의 매주마다 선보이고 있다. AI시대 초반에는 업그레이드 발표 전과 후가 기술의 발전이 확연히 체감될 정도로 대단했다. 하지만 점점 그 발표의 주기가 짧아져 가고 전문가들만이 이해할 만한, 아니 사실 전문가들도 크게 공감하지는 못하는 신기술의 발표들도 많았던 것은 사실이다. 서로가 경쟁하면서 급하게 내놓았다는 평가도 꽤 많았다.
하지만 2025년 12월 13일 구글에서 공개한 업그레이드된 제미나이 2.5 기반의 최신 AI 업데이트는 가히 새로운 역사를 쓸 정도의 어마어마한 발전이었다. 구글은 이미 통역 및 번역계에서 강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이번 발표는 어나더 레벨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의 발전이었다. 구글은 트랜스포머(인공신경망)이 나오기 전부터 번역과 통역의 업계 1위의 강자였다. 번역과 통역에는 지연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한다. 원어가 내가 사용하는 언어로 변환되어 들리는, 그 원어와 사용자 언어 사이의 시간을 지연시간이라고 하는데 구글은 끊임 없이 이 지연시간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였고 드디어 그 지연시간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 거의 실시간으로 다중언어의 복잡한 대화도 통역이 가능해졌다.
[시연 영상에서 서로 출신이 다른 4명의 인원(한국, 중국, 프랑스, 독일)이 각자의 모국어로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짧지만 원리를 설명해 보자면 기본적으로 번역과 통역은 모두가 공통적으로 원어를 글자로 변환하는 과정을 거치고 그 글자를 다시 사용자의 언어로 번역하는 2단계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래서 보통은 한 문장을 이야기하게 되면 한 문장이 끝난 후에 그 문장이 번역되어 들리는 형태였다. 물리적으는 이것이 당연한 건데, 시연 영상을 보면 어떤 언어이든 대화하는 동시에 이어폰을 통해 영어로 번역되어 들린다. 전 세계 누구나 서로 간에 이어폰과 안드로이드 어플만 가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대화가 되는 것이다. 그냥 실시간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하며 상대방의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레이턴시가 말도 안 되게 짧아진 것이다.
목소리에 대한 부분도 무미건조한 기계음이 아니라 말하는 톤과 뉘앙스를 AI로 분석하여 감정이 풍부하게 실린 목소리로 자동으로 나의 언어로 번역되어서 들린다. 확실하게 AI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AI의 도움을 받는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자연스럽다. 이제 우리는 정말로 외국어를 공부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위에서 말한 기존 번역의 2단계중에 단계 하나를 빼버린 것이다. AI가 소리를 듣고, 그 소리를 이해하는 동시에 다른 언어로 말하는 것이다. ‘speech to text to speech’에서 그냥 바로 ‘speech to speech’가 된 것이다. 더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글자로 변환 없이 그냥 의미 자체를 직접적으로 변환한다는 것이다. 구글이 쌓아두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학습된 제미나이를 기반으로 관용구와 뉘앙스, 목소리 톤까지 완벽하게 캐치해서 번역하는 것이다.
[물론 화면을 통하여 번역전 텍스트와 번역후 텍스트까지 상세히 보여준다.]
기존의 번역이나 통역 서비스를 쭉 이용해 왔던 사람들이라면, 이 발전이 매우 크게 체감될 것이다. 원래는 하나의 문장이 끝날 때까지 대기하는 지연시간은 물론이고 위에서 말한 단계별 지연도 추가되며 무미건조한 억양과 감정이 실리지 않은 목소리로 국어책 읽듯이 통역되었었다. 지연시간이 생길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던 방식이지만 동시에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어서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구글에서 내놓은 Audio-native Multimodal Model(오디오 네이티브 멀티모달 모델)은 통역 역사에 한 획을 그을 발전을 한 것이다. 기존의 방식을 그냥 뒤집어엎고 새로운 질서를 써 내려갔다고 말해도 무방하다. 시맨틱 맵핑이라는 기술이 들어갔는데, 이것을 설명하자면 지루해지고 길어지니 여기까지만 설명하도록 하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제 AI는 문장의 단어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라 문장의 의미 그 자체를 해석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그 의미와 억양 그리고 감정마저 분석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기술이 쓸모 있는 기술인가라는 물음에는 당연히 쓸모 있다고 답해주고 싶다. 이 기술을 필자가 역사에 남을 수도 있는 기술이라 생각하는 이유는 언어 장벽이 무너지는 역사적인 시발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제는 ‘언어 장벽’이 아니라 ‘언어 레이어’ 자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실시간 회의 통역은 물론이고 국제 화상회의도 자연스럽게 진행될 것이며, 무엇보다 필자가 자주 말하고 있는 차세대 스마트기기인 AR 글래스에 너무나도 어울리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그냥 모든 곳에 사용이 가능한 파격적인 앱이 등장한 것 같은 상황이다. 구글은 플랫폼 중심의 강자로서 경쟁자들과의 격차는 또 엄청나게 벌어질 것이다. 서론에서 말했듯 사실 어느 정도 신기한 기술들은 처음엔 ‘우와 신기하네’ 하고 몇 번 사용하고 마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만큼이나 포텐셜 있는 기술은 오랜만에 접하게 되었다.
한국을 뒤흔든 또 다른 IT 이슈로는 2024년 12월 4일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한국에서 공식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많은 사람들은 ‘아니 왜?’ 라는 의문을 가지게 될 것이다. 대한민국은 이미 통신 강국이고 SK, KT, LG라는 삼대장이 있는데 과연 경쟁이 될까? 라는 것이다. 여기엔 굉장히 정치적이고 비지니스 적인 이유가 있는데, 대한민국은 인터넷이 되는 곳보다 안 되는 곳을 찾는 곳이 더 빠른 나라다. 통신 속도도 빠르고 광랜도 거의 대부분 깔려 있는 상황인데, 아는 사람은 알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은 한국이라는 나라가 작은 나라라서 가능한 모든 인프라가 물리적으로 깔린 상황이다. 스타링크는 우주에 떠있는 인공위성들을 통해서 통신을 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기지국이나 거미줄처럼 깔린 랜선 같은 인프라들이 전혀 필요 없다. 경쟁자도 확실하고 인터넷을 접해본 인구가 95%에 가까운 나라에서라면 성능검증과 실사용 데이터에 대한 피드백도 엄청 빠를 것이라는 계산이다.
[초기 장비 투자 비용이 55만원이라는 점이 사실상 진입각을 좁히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통신 3사에서는 크게 긴장을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독점할 것은 모두 독점했고, 오히려 외딴섬과 한두명이 거주하는 산 같은 곳은 그들 입장에서는 골치 아픈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와는 같은 파이를 공유하는 경쟁상대라고 보지 않는 것이다.
스타링크는 안테나와 전원장치 구입이 필요하여 초기비용에 55만원이 들어간다. 그리고 월이용료 87,000원은 따로 있다.
그럼 가장 궁금해할 질문, 그래서 속도는 어느 정도 나오는가?
스타링크는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135Mbps로 솔직히 말하면 대한민국에서는 빠른 편은 아니다. 한국이 워낙 상향평준화 되어있기도 하지만, 월 요금으로만 치자면 통신3사 와는 경쟁이 안된다. 하지만 위에서도 말했듯 스타링크는 속도가 무기가 아니다 ‘지구 어디서든 언제나 가능하다.’는 것이 무기인 것이다. 당장 재난 상황이 발생해서 매립된 랜선들이 끊어지고 기지국이 불타면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에서 스타링크는 잘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국의 말 많은 온갖 인터넷 규제에서 자유롭다.
결론적으로 스타링크는 기존 통신사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속도도 느리고 가격도 비싸기 때문에 안타깝게도 통신3사에서 기존 고객들을 잡으려고 무언가를 할 정도의 경쟁자가 등장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보안 측면으로 봤을 때는 비교 불가하다. 필자는 한국의 복잡하고 말도 안돼는 인터넷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엄청난 메리트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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