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과 인공지능, 수 없이 떠들지만 많은 사람은 묻는다. ‘도대체 어디에?’
현재 인공지능 시대라고 부를 만큼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실제로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을 주고 있지만 한 명의 개인으로서는 체감하기가 힘들 수 있다. 그래서 누구나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어렵지 않게 접하고, 친근하게 다가가며 알아가고 배울 곳이 서울에 있다고 들어 직접 찾아가 보았다. 그 장소는 바로 서울의 도봉구에 위치한 서울로봇인공지능과학관(Seoul Robot & AI Museum, 줄여서 서울RAIM)이다.
[마들로 13길 56에 위치한 서울RAIM, 누구나 와서 관람 가능한 곳이다.]
계획 없이 갑자기 찾아간 필자에게도 제법 많은 것들이 오픈되어 있었고 직접 체험할 수 있었다. 사전 예약을 통해서 가게 된다면 더욱 더 많은 컨텐츠들을 열람하고 체험할 수 있으니 가족 단위로 방문하게 될 경우 홈페이지를 통해 사전 예약을 하는 것을 추천한다. 필자가 깐깐하기 때문에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있었으나, 대체적으로 일반인들에게 AI와 로봇에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게 만든 공간이라는 컨셉은 확실해 보였다.
일단 1층 입구에 들어서면 모션 감지와 얼굴 인식 기능이 내장된 카메라가 달린 로봇 ‘아이볼’이 환영해 준다. 1층은 로봇 정원으로 관람료 없이 무료로 자유롭게 관람 가능한 곳으로 평일 오전이었음에도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상당히 많았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로봇과 인공지능의 기초 개념을 쉽게, 그리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미래의 공학도들을 위해서도 상당히 인상 깊고 좋았다. 특히나 아이들이 이해할 만한 레벨의 바이브 코딩(인공지능을 이용한 코딩 기술) 체험이나, 로봇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미래의 농장 예시들 같이 확실히 일반인들이 친숙하게 다가가서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인상 깊게 봤던 것은 자율주행 3단계를 체험할 수 있는 부스였는데, 단계별로 이해하기 쉽게 요약하자면, 1단계는 발이 자유로워지는 크루즈 모드 정도로 생각하면 되고 2단계는 손까지 자유로워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3단계는 눈도 자유로워지지만 인식하고 있어야 하는 단계이며, 4단계부터는 아예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자율주행 3단계 체험 부스인데 운전 지식이 없는 아이가 운전하니 도로를 벗어나서 공원을 가로지르는 아이러니한 풍경이 펼쳐졌다.]
대부분 체험자는 어린아이들이었고 필자도 미래의 공학도들을 위해 한 발자국 뒤에서 구경하는 쪽을 선택했다. 시뮬레이션이긴 하지만 자율주행 3단계의 보조를 받고도 산으로 가는 아이들의 화면을 보니, 운전면허증은 무조건 존재해야 하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무겁게 다가갈 수도 있는 인공지능의 트롤리 딜레마 부스는 굉장히 과감하지만 정말 필요한 체험 부스라고 생각한다. 해당 부스는 자율 주행 기술이 직면한 윤리적 딜레마를 사람이 직접 체험할 수 있게 만든 부스인데, 브레이크가 고장 나서 멈출 수 없는 차량, 그러니까 무조건 사고가 일어날 예정인 차량을 왼쪽과 오른쪽의 불가피한 회피를 통해서 어느 쪽이 더 큰 데미지가 있는지, 그리고 어느 쪽이 인공지능의 선택인지 상당히 헤비하고 다크한 인공지능의 완벽하지 않은 윤리 의식을 아이들에게 간접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인공지능의 결함에 대해서도 알게 되는 굉장히 중요한 자리로 생각하였다.
1층을 전시 및 관람관이고 2층은 로봇과 인공지능에 대해 좀 더 심화된 체험을 제공하는 곳이었다. 2층부터는 정말로 미래의 공학도들의 꿈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해도 되는 곳인데, 일반인들이 접하기 어려운 백수십 만원 상당의 로봇팔의 코딩을 교육하고 있었다.
[2층의 교육 프로그램 강의실 모습, 로봇 팔을 직접 코딩하고 움직여 보는 체험 및 학습이 진행 중이다.]
아이들이 직접 로봇과 인공지능을 조작하고 프로그래밍을 하는데, 대학교에서도 쉽게 접하지 못했었던 것을 서울시의 프로그램을 통해서 아이들이 직접 조작하는 것을 보고, 서울시에게 마음속으로 감사를 전하게 되었다. 일반인들이 어디서 인공지능 모델에게 학습을 시켜보고 로봇을 직접 움직여 보고 코딩을 해보겠는가? 저 작아 보이는 로봇팔도 기본 백수십만원 이다. 이런 소중한 기회는 공학도의 길에 꿈을 품는 누구나에게 열려있어야 한다.
3층은 로봇과 인공지능의 윤리적 문제와 인간과의 관계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아뜰리에’관이 있었다. 마찬가지로 어른들 보다는 아이들의 시선에 맞춰 로봇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지,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결정을 내릴 수 있는지 등의 철학적 질문을 주고받는 자리였다. 로봇과 함께 축구를 체험해 볼 수 있는 부스, 로봇을 통하여 초상화를 그리는 부스 등 여러가지 부스가 있었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서울RAIM의 마스코트라고 자랑하는 마스크봇이었다.
[서울RAIM의 3층에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직접 대화할 수 있는 ‘마스크봇’]
5가지 인격체가 있고, 인공지능과 직접적인 대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는 하지만, 사실 구글의 제미나이와 매일 대화하는 필자에겐 단순한 것을 복잡하게 시각화하는데 돈낭비했다는 가혹한 평을 주고 싶지만, 간단한 인공지능과의 대화를 이렇게 인상적으로 시각화하여 아이들의 흥미를 끌어내면 그걸로도 좋지 않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시범운영하고 실패한 음식 배달 로봇같은 것들도 계속 전시하는 것을 보고 최신화의 한계를 느끼기도 하였지만, 인간을 대신해 음식을 배달하는 로봇들을 집중적으로 약탈하는 인간들도 있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리기엔 너무 이르긴 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곧 있으면 다가올 아이들의 방학 기간에 맞춰 서울RAIM에서도 초등학생들부터 중학생까지 방학 교실 프로그램도 공개했는데 바이브 코딩, 블록코딩 그리고 인공지능 현미경을 통해 수억짜리 수술 로봇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공개했는데 내용이 제법 알차 보였다.
전체적인 소감은 생각보다 프로그램이나 체험관의 퀄리티가 높아 놀란 점이 꽤 있었다. 쇠퇴하는 IT 강국, 더욱더 줄어드는 IT 인재풀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치고 있는 대한민국의 IT 미래를 아이들에게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게 하여 관심을 끌고, 재미를 알리며 흥미를 유발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한 명의 공학도로서 너무나 반갑고 환영하는 일이다. 가족 단위로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인공지능과 로봇은 재밌다.’라는 긍정적인 인상을 아이들에게 심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온 것이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자칫 차가워만 보일 수 있는 첨단 기술들을 예술과 섞어 친숙하게 만들고 거부감을 줄인 시도도 좋아 보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다소 무거워 보일 수도 있는 주제들도 가감 없이 공유하였는데, 위에서 말한 윤리적 판단 말고도 로봇이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이나 우리의 사회적 합의와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등 아이들도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있는 기술적 화두를 던져주는 것도 상당히 유익하게 다가왔다.
서울RAIM의 목적은 확실히 느껴졌다. 아이들에게는 로망과 희망을 일반 어른들에게는 로봇과 인공지능이 차가운 금속 덩어리가 아니라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고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파트너 임을 확인시켜 주는 그런 장소였다. 어린 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두가 신기해하며 체험하는 모습을 보며 기술의 진보가 세대를 아우르는 소통의 창구가 될 수 있음을 느꼈다. 다가올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두려움보다는 기대감으로 다가오는 미래로 바뀌는 그런 뜻 깊은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 comments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