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에 갑자기 나타나서 획기적으로 사용되는 물건들은 꽤 많지만, 지금 소개할 물건처럼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많은 곳에 사용되는 물건도 흔치는 않을 것이다. 바로 무인 멀티콥터, 드론이다.
독자들도 한번 머릿속으로 떠올려 보길 바란다. 드론이 인류의 역사에서 언제 나타났는가? 레저용부터 촬영용, 구급용, 배달용, 산업용, 공연용 그리고 심지어 전쟁에서 인간 살상용까지 안 쓰이는 곳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되었고, AI의 발달로 인하여 더욱더 조종이 정교해지면서 사람도 실어 나르는 에어택시까지도 생겨나고 있다.
드론의 시작은 2010년 프랑스의 패롯이 만든 300g짜리 장난감 헬리콥터였다. 비디오 카메라가 내장되어 iPhone과 연동되는 이 장난감은 실시간으로 하늘에서 찍는 영상을 핸드폰으로 전송하는 비싼 ‘장난감’이었다. 그렇게 주목받지도 못한 장난감이었는데, 세계적으로 일반인들에게 알려진 계기는 그 후로 1년 뒤 2011년 발생한 일본의 도호쿠 대지진이었다.
[현재 미국은 전역에 드론 순찰이 확대되었으며, 수색 및 구조 작전부터, 교통 위반 및 기타 경범죄 단속까지 일상적인 도구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고 한다.]
일본의 도호쿠 대지진으로 인하여 발생한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났고, 방사능으로 인하여 사람에게 치명적인 환경이 발생하면서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 비싼 장난감들이 출동하여 사람이 접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상황을 관찰하고 비교적 험난한 날씨에도 4개의 프로펠러로 비행을 하며 안정적으로 상황을 전달해 주면서 드론의 효용성이 세간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사고 현장은 방사능이 강력한 것은 둘째고 각종 장애물과 쓰레기들이 다른 장비들의 접근을 어렵게 만들었지만, 드론은 배터리만 충분하다면 하늘에서 상황을 확인하기 좋았으며 이동에 제약이 없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위 사건은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 드론을 장난감 그 이상으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를 관심 있게 본 사람 중 한 명은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이조스였으며, 결과로는 현재 미국의 몇 개 주에서 시험적으로 운영 중인 드론 택배 사업이다.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또 하나의 거대한 세력은 바로 중국이었다. 중국은 2014년 드론 사업을 차세대 미래 사업 부분으로 직접 지정하면서, 드론은 전폭적인 지지를 받게 되었다. 당시 소식을 기억하는 사람으로서 중국은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까지 제시하면서 드론 사업을 한다고 하면 외국인에게까지 공장 건설을 위한 부지 대여와 대출을 지원했다. 이런 중국의 움직임에 고급형부터 저가형까지 드론 홍수가 시작되었고 2015년에 들어서면서 10만 원 이내의 중국산 초저가 드론이 세계 시장에 풀리게 되었다. 저가 드론이 풀리면서 일반인들도 쉽게 접근하게 되면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드론의 부흥기가 오게 되었다.
드론의 부흥에는 여러가지 원인이 있지만 단순히 비행체를 날리고 싶어서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촬영용으로 활용하며 인간이 물리적으로 연출하기 힘든 구도도 쉽게 촬영이 가능하다.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각종 TV프로에서 드론 촬영을 도입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유튜버들의 영상에도 드론을 이용한 촬영이 적극 이용되고 있다.
전에도 말했지만, 누구보다 최첨단 기술을 먼저 도입하고 운영하는 곳은 의외로 농업 분야이다. 그런 만큼 농업계에서도 드론을 작물관리분야에 적극적으로 이용 중인데 드론에 적외선, 감마선, 자외선 카메라를 내장해 집안에서 PC나 태블릿으로 자신의 농장 영역만 설정해 주면 드론이 GPS를 이용하여 자동으로 이착륙하면서 농작물의 상태와 온도를 분석하여 앱을 통해 농장주에게 전달해 준다. 이외에도 농약을 살포하는 등 적극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험난한 산, 환경 생태계 연구에서도 드론은 열심히 활약하고 있다. 바다, 아프리카 초원 등 광범위하고 접근하기 힘든 곳의 생태계를 관찰하고 연구하고 싶지만 사람이 가기 힘들면 드론을 보내는 것이다. 방열처리를 하여 화산의 분출도 가까이서 촬영하고 연구자료로 사용된다.
[얼마전 한강에서 선보이고 세계적 이목을 끈 ‘케이팝 데몬 헌터스’ 테마의 드론쇼]
AI의 발전과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로 수십, 수백 개의 드론을 동시에 컨트롤하기 쉬워지면서 이것을 오락용으로서의 잠재력을 본 사람도 있었다. 그 결과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감탄하게 만드는 ‘드론쇼’다. 4개의 날개를 이용하여 상하전후좌우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어느 정도의 바람에도 저항하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통하여 하나하나를 한 개의 픽셀로 원하는 형상이나 글자 등을 쉽게 구현할 수가 있는 것이다. 이 ‘드론쇼’를 전 세계인들의 가슴에 깊게 각인하게 된 무대는 바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1,218대의 드론을 이용하여 밤하늘에 수를 놓는 누구도 잊지 못할 쇼를 보여준 것이다. 이 후로는 현대의 불꽃놀이로 제대로 자리 잡아서, 지금도 가끔 한강에서 드론쇼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얼마 전에는 세계적으로 흥행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주제로 드론쇼가 한강에서 펼쳐져 또 한번 세계적으로 주목받았었다.
그리고 이 드론은 에어택시의 모델로도 가장 유력하게 꼽히고 있다. 택시뿐만이 아니라 사람이 탑승이 가능한 유인드론도 현재 개발되고 있으나, 안정성과 법률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커다란 진척은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2020년에 시험비행도 했지만, 다들 알다시피 현재는 2026년이다.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좀더 적극적으로 에어택시 개발에 몰두하고 있고, 자율주행이 적용되는 2035년 경에 일반 택시보다 저렴한 에어택시가 나올 것이라고 발표했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도 존재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런 편리하고 만능한 드론은 안타깝게도 범죄에도 사용되고 있다. 드론을 이용해 마약이나 기타 불법 물품을 몰래 밀수하는 범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다. 이런 밀수 같은 범죄 뿐만 아니라 드론에 달린 카메라가 불법 촬영에 악용되어 2017년쯤에는 개인사생활 침해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현대 전쟁터의 병사를 대표하는 이미지는 이렇게 변했다.]
범죄뿐만 아니라 전쟁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 중인데, 사람을 직접 접촉시키지 않아도 된다는 특성 덕에 무기를 장착한 드론이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 등장하면서 한 명의 엔지니어로서 너무나 슬픈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창과 방패의 싸움을 보듯, 폭탄이 장착된 드론이 전장에 나타나니 그 드론의 전파를 차단하여 무력화시키는 재밍 캐논이 등장했고, 재밍 캐논에 대항하기 위하여 얇은 데이터케이블이 직접적으로 달린 유선 드론까지 등장했다. 전쟁은 효율 싸움이라고 했다. 최소한의 피해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것. 이것이 정답이라고 하지만, 40 만원 짜리 드론이 한 명의 인생을 앗아가는 영상을 보는데 인류애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군사적으로 군용드론은 최고의 비용 효율적 비대칭 전력으로 찬양받고 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활용되고 있다. 2백여만원짜리 드론이 수천억하는 폭격기를 격추시켰다던가, 3억짜리 수중 드론으로 5900억 상당의 러시아 잠수함을 폭파시켰다던가. 전쟁과 함께 드론 그 자체도 그 어느 때보다도 성능 면에서 가파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늘을 향한 동경과 순수한 기술적 호기심으로 시작된 발명품이 누군가의 생명을 앗아가는 도구가 된 현실을 보며 최초의 드론 엔지니어가 어떤 감정을 느낄지 정확히는 모른다. 하지만 편리함과 즐거움을 위해 갈고 닦은 기술이 살상 무기로 변모한 모습에 아마 노벨이 다이너마이트가 전쟁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며 느꼈을 감정과 교차하지 않을까 싶다. 누누이 말하지만 어떤 기술이든 인류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올바르게 이용되었으면 하는 것, 이것이 모든 엔지니어들의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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