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 첫 달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세상을 뒤집는 IT 소식들이 연달아 터지고 있다. 어떻게 보면 현재 벌어지고 있는 모든 것들이 정해져 있는 것 처럼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며 상황이 진행되고 있어서 더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불과 며칠 전(2026년 1월 14일)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의 FSD(완전자율주행)의 일시불 판매를 종료, 한 달 뒤인 2026년 2월 14일부터 구독제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일시불 판매 종료 선언 후 일주일이 지난 1월 21일, 미국의 보험회사인 ‘레모네이드’에서 테슬라의 FSD를 사용하면 보험료의 절반을 할인 해주겠다는 발표가 올라왔다.
레모네이드라는 보험 회사는 역사는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지만, 비교적 보수적인 보험 업계에서 인공지능을 발 빠르게 도입한 회사로 유명하고, 2016년 한 사건에 대한 보상을 3초 만에 처리하여 주목받았던 회사이기도 하다. 단순히 AI와 친숙한 회사를 넘어서 보험회사라는 곳은 ‘사고율의 예측’을 통해 고객의 돈을 받고 그것을 굴려 또 다른 수익을 만들어 낸다. 이런 사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정확한 ‘사고율의 예측’이 가장 중요한데, 당연하게도 보험회사 측에서는 사고 발생률이 적은 것을 좋아한다.
[레모네이드 홈페이지, 자율주행 운전자들을 위한 보험료를 따로 안내하고 있다.]
그래서 전통적인 보험회사들은 지난 100년 동안 인간의 실수를 데이터화 했고, 그것을 보험료에 적용했으며 신뢰도도 매우 높았다. 예를 들자면 20대 남성들은 자동차 사고를 많이 내니 보험료를 비싸게 받는다거나, 특정 브랜드의 특정 모델이 사고율이 높으니 보험료를 더 받는 식으로 100년간 쌓인 데이터를 믿어왔고 데이터는 그 믿음에 답하였다.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가격을 측정하는 것이 보험사들이 공개하지 않는 그들만의 노하우인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들 조차 넘볼 수 없을 만큼 보험사들의 데이터는 계속 쌓여왔고, 갈수록 단단해져 갔다. 차를 잘 만드는 것과 운전자의 사고를 예측하는 것은 완전 별개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테슬라는 과거의 데이터를 통하여 미래를 예측하는 회사가 아니라, 운전자가 지금 현재 브레이크를 얼마나 깊게 밟았는지, 핸들을 몇 도로 돌리는지, 그리고 전후좌우 100M에는 무엇이 있는지 심지어 운전자가 전방을 제대로 주시하고 있는지까지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회사라고 봐도 된다. 이 때 등장한 회사가 레모네이드라는 AI에 친숙한 보험사이다. 기존의 다른 보험사들은 테슬라는 수리비가 비싸서 골치 아픈 차라고 취급하며 보험료를 높게 책정하고 있을 때, 레모네이드는 테슬라의 API(쉽게 데이터 공유로 이해하면 된다.)와 연결하였고 충격적인 데이터를 보게 된다. 당연히 일반인들에겐 데이터가 밝혀지진 않았지만, 레모네이드의 보험료 50% 할인이라는 파격 선언을 봤을 땐, FSD가 작동하고 있을 때는 사고 발생률이 매우 낮다는 것은 누구나 유추할 수가 있다.
[영화 ‘업그레이드’에서는 AI를 불신하는 주인공을 제외하고 모두가 자율주행차량에 탑승한다. 우리에게도 머지않은 미래가 될 것이다.]
불과 25년 말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이 FSD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기술이고 몇 년 후를 기다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돈 많은 어른들의 장난감이라는 말도 돌고 있었다. 테슬라와 전혀 연관 없는 보험회사가 나타나서 보험료의 절반을 할인 해주겠다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말이다. 테슬라의 FSD 구독료가 할인된 보험료와 상쇄되는 시너지가 발생하면서 오히려 FSD를 사용하지 않으면 손해가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론 머스크가 여기까지 노린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필자가 설레발치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SF 영화들에서 나오는 설정 중 수동운전이 사치가 되는 날을 향해 천천히 다가가는 중이다.
테슬라의 FSD가 감독형 자율주행에서 완전자율주행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하는데, 지금은 로보택시의 운전자석에 있던 감시원이 이제는 사라졌다. 이제는 운전석이 완전히 비어있는 상태로 운행하고 있다.
이제 다음은 누구나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테슬라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당연히 보험료가 50%나 저렴한 회사로 썰물처럼 빠져나가게 될 것이다. 그러면 기존의 보험사에는 FSD가 없는 구형차를 타거나 AI를 믿지 못하겠다며 직접 운전대를 잡는 사고 위험이 큰 인간 운전자들만 남게 될 것이고, 보험사는 손해를 메우기 위해서 남은 이들에게 더 비싼 보험료를 청구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위에서 말한 수동으로 직접 운전하는 것이 사치가 되는 날에 다가갈 것이다.
레모네이드 보험사의 CEO가 X에 글을 게재했는데, 테슬라의 FSD는 졸음 운전도 안 하고 반응 속도도 인간보다 훨씬 빠른데 똑같은 보험료를 받는 것이 말이 되냐는 것이다. 완전한 API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공개된 데이터를 보면 테슬라의 FSD가 인간 운전자보다 사고율이 26배 낮다는 것이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막말로 보험료 절반을 깎아줘도 본인들이 훨씬 더 이득을 보는 계산이 끝났으니 저런 발표를 한 것이다.
지금까지 운전은 당연한 권리였고, 자율주행은 비싼 옵션 취급을 받았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이 관계는 역전할 것이다. 담배를 핀다면 생명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것처럼 직접 운전하는 것에 대해 페널티를 받는 시대로 우리는 가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도 우려했던 소식이 들려왔다. 사실 더 빨리 나올 줄 알았는데, 22일이 돼서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에서 북한 삐라 수준의 소식지에 로봇 자동화의 결사반대 내용이 커뮤니티에 퍼졌다. 필자는 CES 2026에서의 현대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의 등장 때부터 금속노조에서 난리 피우는 것이 눈에 훤했다. 4차 산업 혁명은 이미 시작되었다. 새로운 시대로 흘러가는 거친 물살에 귀족노조가 같이 떠내려갈지 아니면 거스를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대를 자동차 기업에서 AI, 로보틱스 기업으로 불리게 만든 ‘아틀라스’]
그들의 주장으로는 합의 없이는 단 1대의 로봇도 들일 수 없다는 것인데, 작업량부터 작업 시간 그리고 연봉까지 뭐하나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경쟁력이 없다. 이렇게 안타깝고 초라한 비교도 처음 해 본다. 누가 그랬다.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전 세계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강력한 노동조합을 보유한 현대에서 그들을 완벽히 대체할 로봇을 제작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다. 노조에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고, 그 끝을 보여주겠다면서 자체 생산시설의 사보타주도 연상케 하는 단어들을 발표하고 있는데, 시대의 흐름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그들의 모습이 어떤 면에서는 슬프게까지 보인다.
시스템 쇼크라고 불릴 만큼 AI로 인하여 전 세계의 시스템 자체가 뒤바뀌고 있다. 대한민국도 2026년 들어서 AI 국가 3위로 자리매김했다. 세계도 바뀌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정말 발 빠르게 AI에 적응하고 사회 곳곳에 스며드는 중이다. AI로 인하여 ‘못 했던 것들’을 하는 곳도 많아졌지만, 반대로 ‘안 했던 것들’을 하는 곳도 많아지게 되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을 텐데, 24년과 25년은 MZ들 그리고 Gen Z들의 붐이었다. 회사가 그들에게 맞춰주고 키워놓으면 이직하고, 어르고 달래는 데 지쳤다. IT 개발자 같은 경우 내가 설계하면, 코딩은 인턴이나 신입사원들의 일이었는데, 이제는 AI라는 훌륭한 대체제가 생겨버린 것이다.
이제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그들이 말한다. ‘우리는 어디 가서 경력을 쌓아야 하나요?’, ‘인턴 말고는 받아주는 곳이 없어요.’ 예전처럼 신입은 인턴 하면서 정규 뚫던가, 스타트업 같은 곳에서 단기간 굴러서 스펙을 쌓고 경력직으로 넘어가는 길도 사라져가고 있다. 정말 어려운 시기에 사회 나오는 초년생들에게 힘내라는 말 이상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나 슬픈 현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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