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 때문에 10년 앞지른 기술을 포기하는 나라,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물음표를 던질 것이고,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여러 가지를 떠올릴 것이다. 1993년, 세계 최초 도심 자율주행 타이틀을 가지고도 기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고 져버렸고, 한반도의 사드 배치도 인근 주민들의 전자파에 의한 건강 우려라는 희대의 헛소리가 포함된 선동으로 한동안 대한민국의 여론은 들끓었다. 최근에는 젠슨 황이 한국에 GPU 26만장 공급을 약속했다. 이것은 2025년 대한민국 최대의 희소식이었지만, 전자파가 사람들을 다 죽일 것이라면서 주민들의 결사반대로 경기 시흥의 데이터센터 건축이 무산되었고 정부에서 다른 곳을 찾고 있다. 경기 시흥만의 일이 아니다. 충남 세종시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고,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서도 같은 이유로 주민들이 들고일어났다. 전자파로 인하여 데이터 센터는 어느새인가 대한민국에서는 혐오시설이 되었다.
그렇다면 전자파의 괴담 때문에 10년 앞지르게 된 또 다른 기술은 과연 무엇인가? 바로 전기차의 무선 충전 기술이다. 사실 이 기술의 갭은 10년은 넘어도 한참 넘었다. 테슬라에서 제안한 무선 충전 기술은 차량을 주차했을 때부터 충전이 시작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제안한 것은 OLEV(On-line Electric Vehicle, 온라인 전기자동차)라는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무선 충전 기술인데, 전기차가 달리면서 충전된다. 이런 대단한 기술을 왜 찾아볼 수 없느냐 묻는다면, 주민들의 전자파 때문이라는 걱정으로 인해 지금은 카이스트 캠퍼스의 셔틀버스에서 사용 중이다. 그리고 미국과 유럽에서는 신나서 이 기술을 도로 곳곳에 깔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개발한 차선을 따라서 달리기만 해도 충전되는 OLEV 기술]
OLEV에는 SMFIR(Shaped Magnetic Field In Resonance 자기 공진 형상화 기술)이 필요하다. 쉽게 설명해 보자면 SMFIR은 전기를 차량에만 쏙 보내고 전자파는 밖으로 새 나가지 못하게 꽉 묶어주는 ‘자기장 울타리’ 같은 기술이다. 그래서 도로 위에서 무선으로 달리면서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충전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배터리 용량도 3분의 1로 축소 시켰는데, 그마저도 비상시에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만 축적해 놓는 역할이라 사실상 없어도 상관없다. 무게도 가격도 엄청나게 절약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 이 기술이 처음 개발되었을 때부터 지금까지 상용화되어 문제점을 보수하고 발전했다면, 내수용 전기차들은 배터리 용량이 5분의 1로 줄고, 차량값은 3분의 1이 줄었을 것이다. 사실상 한국 같이 작은나라에 인프라로 깔기는 최고 최적의 장소였을 것이다.
해당 기술은 지금 늘어놓은 설명만큼이나 실제로도 대단해서, 미국의 타임지에서 2010년을 빛낸 세계 50대 발명품 중 하나로 당당히 선정되었고, 2013년에는 세계경제포럼에서 세계 10대 유망기술로 선정되었으며, 2014년에는 국제철도연맹에서 기술 혁신상을 수상하였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2011년에는 서울대공원에서 전기코끼리열차를 운용하는데 이 기술이 사용되었고, 1년 뒤에는 여수 엑스포에서 관광객들을 수송하는 역할로 OLEV가 도입되었다. 그리고 카이스트의 캠퍼스 내 셔틀버스에도 기술을 도입하여 이제 점차 민간인들도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조금씩 확대되고 있었다. 그리고 구미시가 시범사업으로 시작하였는데, 이 때부터 환경단체들이 전자파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파하면서 결국엔 주민들이 들고일어났다. 그 후로 여러 정치적인 문제로 지원이 끊기며 해당 기술은 찾기 어렵게 되었다.
[전국 어디를 가도, 데이터센터는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봐도 유독 대한민국이 전자파에 이상하게 민감한 나라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도 전자파 인체보호 기준을 매우 엄격하게 적용하는 나라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현상을 심리학자들은 이렇게 풀었다. ‘실제 위험성보다는 기술 발전 속도에 비해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 형성이 늦어지면서 생긴 사회적 심리 현상.’이라고. 생각해 보면 200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는 전자파 차단 스티커부터 전자파 차단 팔찌 등 별의별 전자파 차단 물건들을 팔았다. 심지어 TV에서 전자파와 수맥을 막아주는 달마도 같은 것들도 팔았다.
[시공사나 관련부처에서 전자파관련 세미나를 열어도 과학적 근거를 토대로 설명을 해도 듣질 않는다.]
그들이 외치는 레파토리는 거의 두세가지다.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발암물질로 등록되었다는 것과 에너지가 높은 전자기파는 세포를 손상 시키는 것이 과학적으로 증명되었다는 것, 그리고 현재도 전자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중이라는 것까지 많아야 세 가지다. 그들이 가장 많이, 그리고 크게 주장하는 레파토리 중에 세계보건기구 WHO에서 전자파가 발암물질로 지정되었다는 것인데 WHO는 전자파 중 초저주파 자기장을 발암추정물질 2B 그룹에 분류하고 있다. 2B 그룹 군을 이해하기 쉽게 한 줄로 설명하자면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증거가 불충분한 물질들의 모임이다. 그 그룹에 같이 분류 되어있는 물질들을 살펴보자면, 경유와 휘발유가 있으며 커피와 절임 채소인 김치와 피클도 같이 분류 되어있다.
두 번째는 에너지가 높은 전자기파가 세포를 손상 시킨다는 점인데, 이는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에너지가 높은 수준의 전자기파’는 핵물질에서 나오는 감마선 전자기파나 피부암을 유발하는 햇빛의 자외선급의 전자기파 수준을 말하는 것이다. 에너지가 높은 전자기파는 확실히 세포를 손상 시킨다. 고주파수 전자기파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은 논란의 대상이 아니며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는 주파수가 낮은 초저주파이다. 초저주파는 직접 만져서 감전될 때나 죽지, 쳐다보거나 곁에 있다고 세포가 파괴되고 정자가 죽고 기형아 출산이 늘어나며, 아이들 성장을 방해한다는 것은 말도 안돼는 소리다. ‘고전압과 저전압은 다르지 않냐’고 물어본다면 둘은 결국 같은 주파수다. 전기를 많이 쓴다고 주파수가 오르지 않는다. 전자파에 대해 계속 연구 중인 이유는 지금까지 과학적으로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종결을 내지 못한 것이고 앞으로도 계속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오히려 전자파는 물리치료실 등에서 통증과 근골격계 부상을 치료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마이크로웨이브나 단파 파장의 전자파 발생원을 이용해서 환자의 몸에 쬐면 체내의 온도가 올라가면서 근육의 이완, 염증의 감소 및 통증을 발생시키는 신경 흥분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전자기파 민감증(EHS)이라는 병을 가진 사람을 연출한 미드 ‘배터 콜 사울’, 이 사람도 결국엔 자기망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충격에 빠지게 된다.]
우리가 오늘날 상식적으로 해롭다고 여기는 흡연, 음주, 운동 부족, 비만 등 각종 건강위해요소들은 아주 복잡하고 정확한 그리고 끊임없는 과학적인 입증 과정을 전부 거쳤다. 과거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경우에도 대처 과정에서 입증하는 과정을 모두 충족하였고 입증되었기에 과학적 사실로 인정받은 것이다. 석면이 발암물질로 지정된 것도 다 똑같다. 그러나 전자파의 경우에는 몇 십년이 지나도록 과학적 입증 과정의 3단계 중 첫 단계 ‘역학 연구에서 해당 환경에 노출된 인구에서 특정 질병의 비율이 높은 것이 입증되어야 함.’에서 머물러있다. 즉 의심은 가지만 그것을 뒷받침할 근거가 나오질 않고 있다. 가장 가까웠던 연구는 1년 365일 스마트폰을 매일 같이 손안에 쥐고 다니는 연구 실험이었는데 결과는 안구건조증 정도였다. 전자기파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건강 문제도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 앞으로도 유해성을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라도 전자파에 대한 공포 때문에 더 큰 것을 놓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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