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6 주인공 현대의 아틀라스

1년에 한 번, 연초에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ICT(Information and Communication Technology, 정보통신기술) 융합 박람회가 있다. 바로 미국의 CES(Consumer Technology Association, 소비자 기술 협회)이다. 60년이나 이어진 이 박람회는, 매년 1월 초에 개최하는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정보통신업계의 성과들을 평가받는 자리로 기상천외한 첨단 기술을 공개하고 관람할 수 있는 자리이다.

 

CES 2024 때는 삼성의 현란한 디스플레이 쇼에 온 세계가 주목했고, CES 2025LG의 무선 투명 OLED로 또 한 번 세계에 대한민국을 제대로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번 CES 2026은 현대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봇 아틀라스가 그냥 말 그대로 무대를 찢어버렸다. IT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이번 현대에서 발표한 아틀라스를 뉴스나 유튜브의 쇼츠를 통해서 접했고, 발표 직후 현대의 주가는 13.8%라는 엄청난 상승 폭을 보여주었다. 전문가들은 현대에서 아틀라스가 나오는 것은 좀 더 나중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뒤엎고 그 누구의 생각보다 훨씬 진보된 모습으로 등장하여 전 세계의 엔지니어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CES 2026의 주인공은 단연코 Best Robot을 수상한 현대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였다.]

 

현대의 아틀라스는 그 어떤 로봇보다 인간적인 움직임을 보이면서, 상상할 수 없는 효율적이고 기계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작년 말 중국의 기업 샤오펑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이언2025 샤오펑 AI데이에 공개하면서 모델처럼 걷는 쇼맨십을 보여주었다. 각기 다른 체형의 로봇이 소름 돋게 사람처럼 걷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언의 걸음걸이가 너무 자연스럽고 인간과 비슷해서 많은 사람들이 슈트를 입은 사람이 들어있는 것 아니냐며 의심을 했다. 이에 제한적으로 외피를 벗겨 보여주긴 했으나, 여전히 의구심이 남아있고 오히려 불쾌한 골짜기에 근접하여 일부 사람들은 혐오감을 나타내기까지 하였다. 한편 현대의 아틀라스가 보여준 움직임은 조금의 에너지 낭비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 듯,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빠르게 그리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었다.

 

CES 2026에서 새로 공개된 뉴 아틀라스는 기존의 기름의 압력을 이용하여 다소 거친 환경에서도 버틸 수 있게 설계된 유압식 액추에이터를 버리고 전기만을 이용한 완전 전동식으로 새로 바뀌었다. 전부터 공장 투입용으로 디자인했다고 밝힌 만큼 비주얼은 멋보다는 효율 위주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손가락도 사람처럼 5개의 얇은 손가락이 아니라 거칠고 투박해 보이는 3개의 손가락이지만, 로봇이고 관절이 360도 돌아가는 만큼 인간은 흉내도 못 내는 기상천외한 움직임으로 5개의 손가락보다 효율적이고 강하며 섬세한 작업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2025년 말 발표된 인간의 움직임과 모양새를 모방한 샤오펑의 아이언’]

 

현대차 그룹에서 발표한 내용으로는 2년에서 3년 내로 미국의 조지아주에 위치한 현대의 메타플랜트 공장에서 부품 시퀀싱(제조업에서 부품을 특정 순서에 맞춰 공급하거나 조립하는 공정)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할 거라고 한다. 그리고 2030년까지 조립 같은 복잡한 작업까지 단계적으로 확대를 하겠다고 발표 하였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양산 계획과 비교해 보면 조금 늦긴 하지만, 3만 대 생산 규모로 빠르게 양산을 시작하려고 한다.

 

또 하나의 핵심은 로봇의 두뇌 역할은 어떻게 맡을 것인가 인데, 구글 딥마인드의 제미나이를 탑재할 거라고 발표했다. 현재 세계 최고의 IT기업인 구글의 딥마인드와 협력해서 제미나이 로보틱스 계열의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을 아틀라스에 접목하겠다는 공동 연구를 발표하기도 하였다.

 

현재의 로봇 1등이라는 테슬라와 조금 더 비교해 보자면, 테슬라는 모든 부품에 작은 나사까지 애플같이 모든 것, OS와 프로세스까지 자기들이 만들었다. 반면 현대의 아틀라스는 조별 과제처럼 서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보완해 주는 그런 모양새이다. 아무래도 조금 기괴하고 거친 움직임은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앞선 것 같고, 테슬라의 옵티머스는 좀 더 섬세하고 인간적인 움직임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같은 분야의 경쟁 상대로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종목을 뛰고 있는 1등과 2등이기에 둘을 붙여서 무언가 비교하기가 그렇다. 쉽게 비유하자면 옵티머스는 발레하는 가정부라고 하고 아틀라스는 공장의 로봇이라고 하고 싶다.

 

[‘로봇이기에 인간을 닮을 필요가 없고, 가장 효율적인 모양새로 진화한 아틀라스’]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현재 전 세계의 로보틱스 기업들이 인간 모방을 표방하면서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고 있었다면, 현대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두 다리와 몸통 그리고 두 팔과 머리가 달린 인간형로봇을 만들었지만 전혀 인간 같아 보이지 않는 공장 특화기계로 보인다는 것이다. 여기서 현대는 인간의 장점인 직립 보행을 통한 공간의 절약과 두 다리를 이용하여 바퀴로는 다니지 못하는 계단이나 평지 경사로 등을 자유롭게 다니는 것, 이 장점 두 가지가 추가된 효율적으로 일하는 기계를 만든 것이다.

 

어차피 아틀라스는 공장의 거친 환경에서 일하는 목적으로 제조되었으니, 샤오펑의 아이언처럼 사람 홀리듯 요염하게 걸을 필요도 없고, 테슬라의 옵티머스처럼 섬세한 악수를 나누며 교감 따위를 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360도 돌아갈 수 있는 자유로운 56개의 관절로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공장용 기계를 만들고 선보인 것이다.

사실 360도 돌아가는 것은 기계면 당연한 것 아니냐는 물음을 던질 수도 있다. 근데 이게 제어 난이도 자체가 굉장히 상승하는 기술이다. 관절이 360도로 돌아가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 안의 액추에이터가 독립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라, 로봇 관절 안의 케이블들과 배선의 꼬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 관절을 아예 모듈화한다던가 배선을 회피하는 방안 등이 있겠지만, 현대는 이것을 해결한 것이다.

 

현대 아틀라스의 스펙에 대해서 말하자면 1.9m의 키와 90kg의 무게를 가지고 56개의 360도 자유 회전 관절을 지니고 손을 뻗으면 2.3m의 길이까지 작업이 가능하며 50kg의 무게까지 들 수가 있다. 공장의 분진이나 습기에 대한 방수 등의 대책도 다 마련되어 있고 한번 충전으로 4시간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일하며 사실상 현재 노동자들의 일을 100% 대체 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배터리에 관해서는 교체식으로 4시간에 한번 스스로 가서 교체하는 방식이라서 사실상 배터리의 의미가 없다고 보면 된다.

 

현재 아틀라스의 공개된 조종 방식은 세 가지로 나눠진다. AI를 활용한 완전 자율 기동, 컨트롤러를 이용한 실시간 수동 제어, 그리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터치 커맨드 방식 이렇게 세가지 라고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라면 대부분 갖추고 있는 보편적인 기능이지만, 이렇게 명확한 기준을 두는 건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공장 같은 실전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작업자가 개입할 수 있도록 '운영 가이드라인'의 표준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아틀라스는 모든 것이 공장에 특화되어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게 되었다.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현대자동차로서는 이 로봇 자체가 공장의 시스템 그 자체가 되길 원하는 그런 강한 집념이 보였다. ‘아틀라스를 제조 시스템과 같은 공장 운영 시스템과 통합하여 운영하는 방안으로 계속 밀고 가고 있는데, 현실에서 연봉 1억씩 받는 귀족노조를 보자니 그럴만하게 느껴진다. 어쩌면 그들의 존재가 현대의 보스턴 다이내믹스 로보틱스의 발전을 가속화 시킨 것일지도 모른다.

 

아이러니하게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귀족 노조가 있는 현대에서 사람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사람보다 뛰어나고 일 잘하는, 세계에서 가장 공장에 특화된 로봇을 만들고 양산하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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