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폭등, RAM농가 다 죽는다!

AI의 여파에 대해서 일반인들이 요즘 유례없을 정도로 체감 중이다. 적어도 필자가 알고 있는 컴퓨터의 역사 속에서 이 정도로 극단적인 변화는 없었다. 불과 1년 전인 2025년 초에 중국에서 딥시크를 발표하면서 나스닥은 폭락하며 산업용이 아닌 일반인용 그래픽카드의 가격이 소폭 상승했었다. 그리고 이번엔 메모리(RAM)의 가격이 폭등하였다. 20%~30%정도 상승한 것이 아니라 사태라는 이름이 붙을 정도로 가파르게 상승 중인데, 현재 이 칼럼을 쓰는 날짜 기준으로 30일 만에 5배 가까이 폭등했다. 원래 메모리의 가격이 생선처럼 재밌게 싯가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해봐야 천원에서 만원 단위의 상승 폭이었지 이런 식의 폭등은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던 일이었다.

 

사실 이 모든 것은 AI의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인 ‘HBM’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 험한 말로 개나 소나 AI에 뛰어드니까 ‘HBM’의 수요가 폭증하였다. ‘HBM’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그동안에도 충분히 설명해서 독자들도 알고 있겠지만,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메모리보다 HBM은 훨씬 비싸고 이익이 많이 남는다. 그래서 기존에 메모리와 HBM을 생산하던 세계 3대 업체(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를 비롯한 기타 하위 업체들도 기존의 메모리 생산 라인을 기업의 이익을 위해 HBM 생산 라인으로 전환하며 메모리의 공급량이 수직으로 하락하면서 원래부터 가격이 불안정했던 메모리의 가격이 조금씩 올라가기 시작한 것이다.

 

위의 이야기는 메모리의 공급량이 하락하게 된 이야기를 설명한 것이다. 공급량의 하락 하나만으로 메모리의 가격이 5배나 뛴다? 당연히 납득이 안 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다. 불행하게도 메모리의 수요를 폭등시킨 사건이 동시에 벌어졌다. 바로 구글이 TPU(텐서 처리 장치)라는 자체 개발 칩의 새로운 버전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바뀌게 된 것이다. 구글의 TPU 자체는 2016년에 발표된 물건인데, 쉽게 설명하자면 AI 계산만 전문적으로 아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구글이 직접 만든 'AI 전용 엔진'이다. 문제는 2025117일에 공개한 버전 7의 아이언우드의 성능이 범상치가 않았던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업데이트된 AI들의 성능만 봐도 간접적인 체감이 될 텐데, 구글 제미나이의 최신버전과 나노바나나가 이때 나온 것이다. 근데 저 TPU에는 산업용 GPUHBM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메모리가 엄청 많이 들어간다.

 

그래서 메모리의 공급은 역대 최저로 내려간 상황에 메모리의 수요는 역대 최고로 늘어난 상황이 된 것이다. 현재 5만 원에서 6만 원하던 메모리 가격이 30만 원을 넘어가고 있다. 컴퓨터 부품 중에서 가격을 10%정도 차지해서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던 부품이 컴퓨터 전체 가격의 50%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더 무서운 것은 전문가들은 DDR5 32GB 기준으로 폭등 예상치를 100만 원까지도 보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서 메모리가 들어가는 모든 전자제품(PC 및 노트북은 당연하고 USB부터 외장하드에 SD카드 그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 등 스마트 TV에 의료기기와 각종 통신장비에 차량에 들어가는 시스템까지)들의 가격도 같이 오르고 있는데, 데이터를 처리하거나 저장해야 하는 거의 모든 디지털 전자제품은 영향을 받고 있고, 앞으로도 가격이 오를 것이다.

 

이 지긋지긋한 현상은 최소 2027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고, 그 이후로도 내려갈지 멈출지는 알 수 없다고 한다. 같은 공정 라인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이 두 개(HBM과 메모리)인데 얻는 이득이 10배 이상 차이 난다면 만드는 즉시 잘 팔리는 AI 쪽이 수요 예측도 훨씬 쉬우니 공급과 가격을 책정하는 업체에 비난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지금 당신이 현재 보고 있는 컴퓨터 부품의 가격이 당신이 본 가장 싼 가격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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