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PN 믿고 일 벌린 10대의 최후

오랜만에 한국에서 사이다같은 판결이 나왔다. 인천 서구 쪽 학교를 터뜨리겠다는 글을 무려 13차례나 올린 10대에게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한 것이다. 뭐 안봐도 비디오겠지만, 해당 10대는 VPN(Virtual Private Network, 가상 사설 통신망)IP 우회를 맹신하고 벌인 일로 경찰을 조롱하듯 ‘VPN 5번 우회하니까 아무것도 못하죠?’ 라는 글도 일주일에 걸쳐 올렸다고 한다. 유료 VPN을 사용해 여러번 VPN을 우회하면 영원히 안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한 순진한 10대에게 어떤 말을 해줘야 할지 감도 안 잡힌다.

 

VPN에 대해 일단 짧게 요약하자면, VPN은 익명성을 위한 기술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용자의 기기와 VPN 서버 사이의 통신을 암호화하는 기술일 뿐 익명성은 제공하지 않는다. 위의 10대 학생이 이 한 줄만 읽고 알고 있었으면, 차라리 토르 브라우저를 이용했을 텐데 후회해 봐야 이미 늦은 일이다. 토르 브라우저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에 한번 깊게 하겠다.

 

조금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IP주소를 필자의 맨얼굴이라고 가정해 보면 VPN은 그 얼굴 위의 가면일 뿐이다. 얼굴이 보이지 않으니 내가 누군지 모르겠지 싶겠지만, 엄연히 당신에게 가면을 판매한 판매업자(VPN 회사)는 당신이 누군지 정확히 알고 있으며, 가면 자체에도 나의 침이나 유전자(디지털 핑거 프린트)가 남기 때문이다. 가면 여러 개를 써도 결국 거기엔 디지털 핑거 프린트가 남아있으며 찾는 단계만 늘어나서 귀찮을 뿐이지 결국엔 잡힌다.

 

또한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은 얼굴에만 있는 것이 아니듯, 체형이나 목소리, 옷 등 사용자를 특정할 수 있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많다. 저장된 쿠키라던가 세션 정보 등 인터넷에서 여러분들이 활동하는 모든 것들이 전부다 발자국, 흔적이 되고 지문이 되는 것이다.

 

VPN을 사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익명성은 실제 사용 기기의 IP 주소를 숨긴다는 것 말고는 전혀 없다. 또한 IP가 숨겨졌다고 해도 하드웨어 정보라는 것이 남는데, 하드웨어마다 주어지는 고유 식별 ID, 쉽게 말하자면 사용하는 기기의 주민등록번호다. 이외에도 쿠키라던가 브라우저 핑거프린팅, 로그인 정보 등 VPN을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별정보 같은 것들은 전혀 숨겨지지 않는다.

 

그럼 VPN은 왜 사용하는 것인가? 오늘날에는 60%는 콘텐츠 접속 우회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공산국가인 중국 같은 경우 넷플릭스부터 스팀이나 디스코드 등 굵직굵직한 인터넷 플랫폼이 국가의 검열로 사용할 수 없다. 그래서 VPN을 이용해서 자신이 중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접속한 것처럼 서버를 속이고 컨텐츠를 이용하는 것이다. 매번 넷플릭스가 안 되는 중국이 도대체 오징어 게임의 체육복이나 가면 굿즈, 흑백요리사는 어떻게 보고 그대로 표절해서 만드는 건가 싶은데 VPN을 사용해서 볼 사람들은 다 보는 것이다. 그리고 20% 정도는 서버 위치를 바꿔서 인터넷 속도를 향상하는 데 이용한다. 그리고 아마 남은 20%는 완전한 익명성 보장을 해준다는 과대광고에 속아서 이용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다시 돌아가서 협박범인 10대는 7차례나 자신을 못 찾는 경찰을 조롱하는 글을 작성했다고 한다. 결과는 A군에게 경찰은 7,544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고 한다. 검거 과정에서 허비된 공권력, 낭비된 인건비나 유류비를 고려했다고 하는데, 600명의 인원이 동원된 사건인데 적게 책정된 것이 아닌가 싶다. 오늘은 VPN의 오해에 대해서 설명을 해봤다. 독자들은 VPN에 대해서 오해하는 일이 없길 바라고, 형사처벌이 어려운 미성년자도 손해배상을 통해 자신의 행동에 대해서 책임지게 한 경찰에게 오랜만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 comments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