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인에게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AI를 잘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되나?’, ‘나도 딸깍으로 AI를 누리고 싶다.’ 같은 대부분이 AI를 활용하여 불로소득에 가까운 것을 얻으려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AI가 모두를 똑같이 끌어올려 줄 거라는 믿음에 찬물을 끼얹는 연구가 나왔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렘 코닝 교수팀은 케냐 소상공인들에게 WhatsApp으로 AI 상담을 제공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원래 실적이 부진하던 사업자들, AI를 열심히 썼다. 질문도 많이 했다. 그런데 실험이 끝나자 이들의 매출과 수익은 오히려 10% 줄어 있었다. 안 쓴 것보다 못한 결과였다. 반면 원래 잘 되던 사업자들은 AI 덕분에 더 잘됐다.
하지만 같은 도구, 같은 플랫폼, 완전히 다른 결과. 왜 그럴까? 채팅 로그를 분석하니 이유가 나왔다. 두 그룹 모두 비슷한 질문을 했고, AI도 비슷한 답변을 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AI는 항상 서너 가지 선택지를 내놓는다. 고성과자들은 거기서 진짜 쓸 만한 것만 골라냈다. 저성과자들은 그러지 못했다. 좋은 조언과 나쁜 조언을 가릴 판단력이 없었다.
코닝 교수는 이걸 "슬롭(slop)"이라고 불렀다. 그럴듯하지만 사실은 엉터리인 AI 답변들. 이걸 걸러낼 수 없다면, AI는 잘못된 길로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이 된다. 판단력 없이 AI를 많이 쓴다는 건, 판단력 없이 조언을 많이 구하는 것과 같다. 오히려 더 위험하다.
그가 단언한다. 챗GPT, 클라우드, 제미나이, 그록이든 더 좋은 모델을 써도 결과는 똑같을 것인 거다. 문제는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쥔 사람의 판단력이기 때문이다. AI가 내놓는 선택지 중 어느 게 맞고 어느 게 틀리는지 알려면, 결국 그 분야를 알아야 한다. 여기서 진짜 질문이 나온다. AI는 평등화 도구인가, 아니면 격차를 키우는 도구인가? 코닝 교수의 대답은 "둘 다"였다. 맞춤법 교정, 자료 정리, 이메일 초안 같은 기초 작업에서는 모두를 고르게 끌어올린다. 그런데 전략적 판단이 필요한 곳에서는 이미 잘하는 사람을 더 잘하게, 못하는 사람을 더 힘들게 만든다.
AI는 확대경이다. 실력을 만들어 주지 않는다. 있는 실력을 증폭시킬 뿐이다. 그러니 AI가 아무리 좋아져도, 쓰는 사람의 수준이 바닥이면 결과도 바닥이다. 그가 꺼낸 개념이 "지능 할당 능력"이다. 과거엔 자본을 잘 배분하는 사람이 앞서갔다. 워런 버핏이 위대한 이유가 그거다. 맥킨지의 강점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력이었다. 이제는 지능을 배분하는 능력이 경쟁력이 됐다. 어떤 일은 내가 하고, 어떤 일은 AI 에게 맡길 것인가. 이 판단을 남보다 잘 내리는 사람이 새로운 강자가 된다. 직급도, 학벌도 아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뭔가 억울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잠깐 멈춰볼 필요가 있다. 10년에서 20년 넘게 일해온 한 분야에 일해왔다면 이미 그 판단력 가지고 있다. 현장에서 몸으로 익힌 감각, 수많은 실패를 통해 다듬어진 안목이 그것이다. 젊은 세대가 AI 도구를 더 빨리 익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AI가 내놓은 결과물이 현실에 맞는지, 믿을 수 있는지 판단하는 데는 우리의 경험의 차이가 결정적이다.
두려워할 게 아니라, 연결해야 한다. 내가 가진 판단력과 AI를. 그 연결이 제대로 이뤄지는 순간, 경험 많은 사람의 무기는 오히려 젊은 세대보다 훨씬 강력해질 수 있다.
AI는 이 시대 가장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도구는 쓰는 사람을 닮는다. 판단력 있는 손에서는 날개가 되고, 그렇지 않은 손에서는 고장 난 나침반이 된다.
필자가 케냐 실험이 불편했던 이유가 이제는 오히려 명확해진다. AI가 문제가 아니었다. AI 앞에 선 사람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는 것, 그게 이 실험이 조용하게 던지는 진짜 경고다. 어떤 AI를 쓸지보다, 그걸 어디에 어떻게 쓸지 아는 것이 먼저다. 그리고 그 능력은, 지금 우리가 쌓아온 시간 안에 이미 있다.
참조 논문 링크
https://www.hbs.edu/ris/Publication%20Files/24-042_9ebd2f26-e292-404c-b858-3e883f0e11c0.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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