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온천지가 AI다. 여기도 AI, 저기도 AI, 모든 것이 AI다. 이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AI 시대다. 교육, 정치, 문화 등 접하는 모든 것들에 AI가 깃들어 있다. 그만큼 AI에 대한 피로감도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 특히나 최전선에 있는 사람들이 이제는 AI가 지긋지긋하다고 호소하는 중이다. 바로 ‘AI 번아웃’이다.
아직 생소한 단어지만 현장에서는 이미 조용히 퍼지고 있다. AI를 잘 쓴다고 소문난 사람들이 유독 이런 말을 한다. ‘머리가 너무 아프다.’ ‘동기 부여가 안 된다.’ ‘무기력하다.’ 처음에는 그냥 일하다 보면 생기는 일시적인 슬럼프겠거니 했다. 그런데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이걸 'Brain Fry'라는 개념으로 이름까지 붙였다. 말 그대로 뇌가 튀겨지는 것이다. AI를 너무 많이 사용하거나 너무 오래 감독하다 보니 머리가 멍해지고 집중이 흐트러지는 상태를 말한다. 미국 최고의 경영 저널이 굳이 이름을 붙였다는 건 그만큼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원인은 두 가지다. 멀티태스킹 과부하와 조직 내 고립이다.
AI를 쓰는 사람이 실제로 어떻게 일하는지 보면 이해가 된다. 세션 하나에서 보고서를 쓰게 하는 동안 다른 세션에서는 데이터를 분석시키고 또 다른 창에서는 이메일 초안을 뽑아낸다. 14시간을 쉬지 않는 외계인 직원 여러 명을 동시에 부리는 셈이다. 처음에는 내가 이렇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었나 싶은 흥분감이 있다. 그런데 이 상태를 매일 유지하다 보면 정작 그것을 지휘하는 인간의 뇌가 먼저 한계를 만난다. AI가 병목이 아니라 사람이 병목이 된다. 인간이 스스로 생각하던 한계를 열 배 백 배로 뛰어넘어 버리는 경험을 매일 반복하니 뇌가 버티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두 번째 문제는 더 은밀하다. 조직 내에는 사명감을 가지고 AI를 익혀 동료들에게 전파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연구 결과 AI를 통해 생산성을 가장 높인 구성원 중 8%는 조직의 AI 전략에 이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충격적인 건 이들이 동료보다 AI를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는 점이다. 같이 일하는 사람보다 AI가 덜 피곤하다는 것이다. 이게 웃기면서도 전혀 웃기지 않은 이유가 있다.
이 고립감이 문제의 핵심이다. 조직 구조는 보고 체계도 그대로고 회의 문화도 그대로다. 그 안에서 혼자 생산성 백 배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은 사방이 벽인 방에서 전력 질주하는 것과 같다. 빠르면 빠를수록 더 빨리 벽에 부딪힌다. 번아웃으로 퇴사하는 사례가 조용히 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것은 개인의 나약함이 아니다. 컴퓨터를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조직에 컴퓨터 한 대를 달랑 들이밀고 이것을 잘 사용해서 성과를 내어달라고 하면 어떻게 될까. 한 사람이 아무리 잘 해봐야 조직 전체가 바뀌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안다. 지금 많은 조직에서 AI 에반젤리스트(AI Evangelist)를 키운다는 명목으로 사실상 개인에게 그런 실수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 한두 명이 먼저 타버린다.
조직 리더가 먼저 AI 빌더가 되어야 한다. 에어비앤비나 스트라이프같은 유니콘 기업의 창업자들이 지금 다시 실무로 돌아와서 AI를 직접 다루고 있다. 구성원이 어떤 방식으로 일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리더는 조직을 재설계할 수 없다. AI 전환은 기술 도입이 아니라 조직 문화의 재설계이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는 미팅 전에 몇 분씩 눈을 감고 숨만 쉬었다고 한다. 싱글 스레드, 아무것도 동시에 하지 않는 그 짧은 시간이 집중력을 회복시켜 줬다고 한다. AI 시대에 가장 필요한 역량이 멀티태스킹이라면 회복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대편에 있다. 아무도 시키지도 않은 사명을 짊어지고 오늘도 밤새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먼저 타버리지 않도록 조직이 눈을 떠야 할 때다.
참조 : https://www.forbes.com/sites/bernardmarr/2026/03/02/what-is-ai-burnout-and-how-can-it-be-avoided/
https://hbr.org/2026/02/ai-doesnt-reduce-work-it-intensifies-it
※ AI 에반젤리스트 - 조직 내에서 AI 도구를 먼저 적극적으로 익히고, 그 사용법과 가능성을 동료들에게 전파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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