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AI 안쓰는 사람 찾기가 더 힘들어진 세상이 되었다. 일상 생활에 빠르게 녹아들었고, 많은 사람들이 이 편의성에 중독되어 간다. 월 20달러만 내면 ChatGPT든 클로드든 마음껏 쓸 수 있으니 부담도 크지 않다. 하지만 이제 구독제로 마음껏 즐기는 지금이 곧 끝나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최근 앤트로픽이 클로드 코드의 비용 추정치를 두 배로 올리고, 마이크로소프트가 깃허브 코파일럿을 모델별 토큰 차감 방식으로 전환한 것은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다. 지난 2~3년간 '지능의 민주화'라는 그럴듯한 이름으로 굴러왔던 AI 구독 경제 전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균열은 이미 사방에서 보인다.
가장 충격적인 건 앤트로픽이 며칠 전 진행한 일종의 가격 실험이었다. 업계에서 '페인티드 도어 테스트(painted door test)'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가짜 가격표를 일부 사용자에게 노출시켜 '이 가격으로 올리면 사람들이 얼마나 떠나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이다. 옷 가게에서 같은 옷을 어떤 손님에게는 5만 원, 어떤 손님에게는 7만 원에 보여주고 누가 그래도 사는지 측정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번에는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니라 더 영리했다. 월 20달러 요금제에서 클로드 코드 사용을 아예 빼버리고, 일부 사용자한테만 그 페이지를 보여준 것이다. 그 결과 그중 적지 않은 비율이 곧장 월 100달러 요금제로 갈아탔다. 무료에 가까웠던 가격대가 자연스럽게 다섯 배로 뛰어버린 셈이다.
왜 이런 짓을 할까. 답은 단순하다. 돈이 안 남기 때문이다. 오픈AI가 최근 받은 1,200억 달러 규모의 투자금은, 회사가 매달 50억~70억 달러씩 적자를 내며 18~24개월 버틸 수 있는 수준이다. 즉 매달 한국 돈 7~8조 원씩 태우면서 2년 치 연료만 겨우 채워 놓은 상황이라는 얘기다. 앤트로픽이 지금 그 꼴이다. 클로드 코드의 매출은 1년에 10배씩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데, 그 매출보다 사용자에게 컴퓨팅을 제공하는 비용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 개발자 한 명이 하루 평균 13달러어치를 쓴다는 데이터가 나왔는데, 이걸 한 달로 환산하면 250달러다. 200달러짜리 요금제를 결제해 놓고 250달러어치를 쓰니 회사 차원에서는 받는 만큼 그대로 손해다.
여기서 등장한 카드가 바로 '토큰 종량제'다. 지난 시절의 통신 시장과 거의 똑같은 구조다. 한때 쓰면 쓸수록 요금이 무한히 불어나던 데이터 요금제 시대를 우리는 이미 겪어봤다. 그러다 무제한 요금제가 보편화됐고, 다시 그때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AI 시대에서는 '토큰'이 곧 데이터이고 곧 화폐다. 글자 하나, 이미지 한 컷, 명령 한 줄을 처리할 때마다 그 비용이 사용자한테 직접 청구되는 시대가 다가오려는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깃허브 코파일럿을 토큰 차감제로 바꾼 건 그 시작에 불과하다.
문제는 이게 단순히 '좀 비싸지는 정도'의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AI 코딩 에이전트는 일반 챗봇과 비교해 토큰 소모량이 차원이 다르다. 그냥 대화만 주고받던 시절에는 한 번 답변에 몇백 토큰이면 끝났다. 그런데 요즘 에이전트는 사용자의 컴퓨터 화면을 캡처해서 인식하고, 코드 파일 수십 개를 읽어들이고, 자동으로 버튼을 클릭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며 결과를 다시 검증한다. 같은 작업이라도 수백 배에서 수만 배 토큰이 든다. 이걸 종량제로 돌리면 어떻게 될까. 에이전트 100개를 동시에 돌리는 사람의 청구서가, 챗봇 하나만 쓰는 사람의 100배가 아니라 1만 배가 되는 순간이 온다.
이미 이 변화의 충격은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우버는 한 해 AI 예산을 단 4개월 만에 다 써버렸다고 발표했다. '직원들에게 AI를 최대한 활용하라'고 닦달하면서 동시에 '너희 AI 너무 많이 쓴다'고 혼낼 수밖에 없는 모순이 이미 현실이다. 메타는 AI에 들인 돈만큼 사람을 줄여야 한다며 16,000명, 전체 인력의 20%를 감원하기로 했다. 블록(옛 트위터)의 잭 도시는 직원의 40%를 자르며 'AI 네이티브 조직'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모두 같은 곳을 향하고 있다. AI 비용이 인건비를 잡아먹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진짜 무서운 그림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좋은 AI는 돈 있는 사람에게만 흘러간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월 2,000달러짜리 최상위 모델로 하루에 프로덕트 열 개를 찍어내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광고가 잔뜩 붙은 무료 모델로 단편적 답변만 받는다. 같은 'AI를 쓴다'는 행위가,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두 세상으로 갈라진다. 철도가 처음 깔렸을 때, 전기가 처음 들어왔을 때, 인터넷이 처음 보급됐을 때 모두 똑같은 약속을 했다. 평등한 분배. 그런데 그 끝은 늘 격차의 고착이었다. AI도 예외라고 믿을 근거가 별로 없다.
오픈AI와 앤트로픽이 모두 올해 안에 IPO(상장)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그림에 마지막 마침표를 찍는다. 두 회사의 합산 기업 가치는 1,300조 원을 넘어선다. 그 어마어마한 밸류를 시장에서 인정받으려면, 적자를 흑자로 돌려야 한다. 흑자로 돌리는 가장 빠른 길은 결국 사용자한테 더 받는 것이다. 종량제, 광고 삽입, 저가형 분리 요금제. 이 세 카드가 동시에 던져지는 광경을 향후 1~2년 안에 보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카드는 광고다. 챗GPT에 이어 구글 제미나이도 광고 도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AI 광고는 기존 검색 광고와 차원이 다르다. 검색 광고는 '스폰서 표시'로 광고임이 구분이라도 됐다. AI가 자연스러운 대화로 추천하는 답변 속에 녹아드는 광고는, 이게 광고인지 진짜 추천인지 분간조차 어려워진다. 좀 더 극단적으로 말하면, 사용자가 AI한테 점점 의존하는 사이에 자기도 모르게 특정 제품을 사거나 특정 정치 성향을 갖게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매일 대화하는 친구가 사실은 광고주의 입이라고 상상해 보면 그 무게가 짐작된다.
이 위험은 이미 현실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앤트로픽이 공개한 '클로드 미토스'라는 모델은 사이버 보안 영역에서 혼자서도 해커 수준의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에 일반에 공개하지 못하고 일부 소수 기업에만 제한적으로 풀렸다. '지능의 민주화'라는 슬로건이 무색한 장면이다. 결국 진짜 강력한 모델은 돈 있는 곳, 권력 있는 곳에 먼저 가고, 평범한 사용자는 한참 뒤에 약화된 버전을 만나게 된다. '공평한 AI'는 마케팅 카피에 가까웠다는 사실이 이렇게 천천히 드러나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있다. 이 토큰 경제 위기에서 가장 여유로운 곳이 의외로 구글이라는 점이다. 구글은 한 해 AI에만 100조~200조 원을 쏟아붓고도 흑자를 낸다. 검색 광고라는 거대한 본업이 떠받쳐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글은 오픈AI나 앤트로픽처럼 '우리가 곧 일자리를 다 가져갈 것'이라며 시장을 놀라게 할 필요가 없다. 투자자에게 더 받을 돈이 없으니 굳이 공포 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반대로 말하면, 다리오 아모데이(엔트로픽)나 샘 알트먼(오픈AI)이 자꾸 '직장이 사라진다'를 외치는 데는 사업적 동기가 깔려 있다. 적자를 메우려면 다음 라운드 투자 유치가 절실하고, 그러려면 이 기술이 얼마나 거대한지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본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한 가지 단서는 '활용 능력'에 있다. 같은 도구를 쥐여줘도 누구는 단편적 질문 답변에 그치고, 누구는 그걸 묶어서 자동화 시스템을 만들어낸다.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가 말한 '문화 자본'의 개념이 AI 시대에 다시 살아나고 있는 셈이다. 돈 자본의 격차는 이미 벌어져 있고 따라잡기 어렵다. 하지만 같은 도구를 더 잘 쓰는 능력의 격차는, 지금 이 순간에도 좁힐 수 있다. 토큰이 화폐가 되는 시대에, 그 화폐를 가장 효율적으로 굴리는 법을 배우는 것. 그게 어쩌면 유일하게 남은 방어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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