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화'를 단순한 독감 정도로 취급하는 세대가 다가온다.

논문을 읽다 보면 가끔 발밑이 꺼지는 듯한 순간이 있다. 어제까지 교과서에 박혀 있던 문장이 오늘은 폐기 직전의 가설이 되어 있는 것이다. 이번에 펼친 자료들이 꼭 그랬다. 다만 이번에는 상식 하나가 흔들리는 정도가 아니었다. 인류가 수천 년간 단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전제, 그 가장 단단한 바닥에 금이 가고 있었다. ‘늙으면 죽는다.’ 이보다 더 확실한 명제가 또 있을까. 진시황은 불로초를 찾다 실패했고 길가메시는 영원한 삶을 찾아 떠났다가 빈손으로 돌아왔다. 모든 종교가 죽음 이후를 약속한 것도 결국 이승에서 죽지 않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인류는 노화 앞에서 단 한 번도 이긴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그 완벽했던 패배의 기록에 처음으로 균열이 가고 있다.

 

이야기는 1962년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생물학자 존 거든은 다 자란 올챙이의 세포를 뜯어내 배아 상태로 되돌리는 기괴한 실험을 했다.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거든의 개구리 알은 거짓말처럼 분열을 시작했고 며칠 뒤 그 안에서 진짜 올챙이가 나와 헤엄쳤다. 하지만 세포의 운명은 시간처럼 한 방향이라는 상식에 정면으로 도전한 대가는 혹독했다. 눈앞의 성공을 두고도 당시 학계의 반응은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는 거냐"며 싸늘하게 무시당했다. 노벨상위원회가 그의 발견을 인정하기까지는 그 뒤로 정확히 50년이 걸렸다.

 

 

자연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지중해 깊은 물속에는 크기 4.5mm짜리 해파리 투리톱시스 도르니가 산다. 1990년대 한 생물학자가 이 해파리를 관찰하다 자기 눈을 의심했다. 늙은 해파리가 아기 해파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마치 나비가 애벌레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교토대의 쿠보타 교수는 한 집단의 해파리가 2년 동안 11번 다시 태어나는 것을 관찰했다. 잡아먹히지만 않는다면 이론적으로 영원히 산다는 뜻이다. 2022년 이 해파리의 유전체 분석 결과는 더 충격적이었다. 텔로미어를 되감고 손상된 유전자를 복구하며 세포의 운명을 초기화하는 유전자 세트가 특화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유전자들 중 상당수가 우리 인간의 몸에도 상동 형태로 보존되어 있었지만 대부분 꺼져 있을 뿐이었다. 문제는 단 하나, 인간이 그 스위치를 찾아낼 수 있느냐였다.

 

그리고 2006년 여름, 교토대의 신야 야마나카가 그 스위치를 찾아냈다. 그는 원래 실패한 과학자였다. 정형외과 의사로 출발했지만 재능이 없어 1시간이면 끝날 수술을 2시간씩 했다. 선배들은 그를 일본어로 방해꾼을 뜻하는 자마(じゃま)’라는 단어를 섞어 자마나카, 방해꾼이라 불렀다. 연구실로 도망쳤지만 거기서도 연구비를 따지 못해 직접 쥐 케이지를 청소하며 버텼다. 그런 그가 한 가지 질문에 사로잡혀 있었다. 거든이 40년 전 올챙이로 증명한 그것을 유전공학으로 재현할 수 있을까. 당시 상식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성숙한 세포를 배아 상태로 되돌리려면 난자 속 수백 수천 개의 인자가 필요할 거라 믿었다. 야마나카는 배아줄기세포에서만 활성화되는 유전자 24개를 골라 다 자란 쥐의 피부세포에 조합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수천 번의 실패 끝에 어느 새벽, 대학원생 타카하시가 현미경을 들여다봤을 떄 피부세포에서 출발한 배양 접시 바닥에 배아줄기세포 특유의 둥근 콜로니가 반짝이고 있었다. 필요한 유전자는 24개도 수천 개도 아닌 4개였다. 4개로 어떤 세포든 시간을 되돌릴 수 있었다. 2012년 야마나카는 거든과 함께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거든의 올챙이가 헤엄친 지 정확히 50년 만이었다.

 

여기까지는 배양 접시 안의 기적이다. 진짜 질문은 살아있는 사람에게도 통하는가?’. 미국의 생물학자 그렉 페이는 2003년부터 자기 몸으로 이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그는 흉선에 주목했다. 면역 T세포를 훈련시키는 이 장기는 70세가 되면 거의 흔적만 남는다. 흉선이 늙으면 면역계가 늙고, 면역계가 늙으면 우리가 죽는다. 페이는 성장 호르몬과 DHEA를 섞은 칵테일을 스스로에게 투여했고 한 달 뒤 찍은 가슴 MRI에서 지방으로 덮여있던 흉선이 다시 차오르는 것을 확인했다. 2015년 그는 이것을 스탠퍼드와 연계한 정식 임상시험으로 확장했다. 51세에서 65세의 건강한 남성 9명과 시작한 임상실험의 이름은 TRIIM이었다. 그리고 그는 현명한 결정을 한다. UCLA의 스티븐 호바스에게 혈액 분석을 맡긴 것이다. 호바스는 DNA에 붙은 화학 표식의 패턴을 읽어 사람의 생물학적 나이를 오차 3년 안에 맞히는 후성유전학 시계를 증명한 연구자다. 같은 45세라도 누군가의 세포는 35세처럼, 누군가는 55세처럼 작동한다. 결과는 2019년 에이징 셀 저널에 실렸다. 9명 전원의 평균 생물학적 나이가 2.5년 되감겨 있었다. 논문 제목은 단 한 단어, 역전이었다. 인류 역사상 살아있는 사람에게 그 단어가 쓰인 건 처음이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것이 있다. 2018년 세계보건기구는 국제질병분류 개정에서 노화 관련 코드의 위치를 결과 분류에서 원인 분류로 조용히 바꿨다. 알츠하이머와 심부전, 수많은 암의 공통 원인이 노화 그 자체라는 의미다. 원인이 있다면 치료할 수 있다. 2018년 이후 노화는 공식적으로 의학적 개입의 대상이 됐다.

 

이 방향을 가장 먼저 알아챈 건 돈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2022년 실리콘밸리에 자본금 30억 달러 규모의 알토스 랩스가 문을 열었다. 투자자 명단에 제프 베이조스가 있었고, 과학 자문위원장은 교토대의 야마나카 신야였다. 수석 과학자 명단에는 호바스 시계의 호바스도 있었다. 노화 연구 분야의 내로라 하는 거물들이 단 하나의 기업을 위해 손을 잡은 셈이다. 오픈AI의 샘 알트만이 투자한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는 인간 수명을 10년 이상 연장하겠다는 목표로 임상을 준비 중이고, 구글의 알파벳은 칼리코에 수십억 달러를 쏟고 있다. 과학은 논문에서 일어나지만 세상은 제품에서 바뀐다. 지금이 바로 그 전환점이다.

 

물론 회의론도 들여다봐야 한다. 시카고 일리노이대의 올샨스키 교수는 1990년 사이언스지에 인간 기대수명이 85세 근처에서 멈출 것이라 예측했고, 2024년 네이처 에이징 후속 논문으로 자신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세계 최장수 지역 홍콩의 기대수명은 5년간 고작 3개월 남짓 늘었다. 가속이 아니라 감속이다. 그는 지금 살아있는 사람 대부분은 의학이 만들어낸 시간을 살고 있고, 그 의학이라는 반창고의 효과는 점점 약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TRIIM 역시 참가자 9명에 대조군 없는 실험이었다. 9명의 결과가 9,000명에서 같으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역사는 한 가지 패턴을 보여준다. 모든 큰 돌파는 그 직전까지 회의론자들이 옳아 보였다. 라이트 형제가 날기 직전에도 저명한 물리학자들은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의 비행은 불가능하다고 썼고 그들은 틀리지 않았다. 단지 다음에 올 것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10년 전이었다면 노화 역전을 말하는 연구자는 학계에서 추방당했을 것이다. 지금 그들은 노벨상 수상자와 나란히 학회에서 발표하고 30억 달러 회사의 자문위원과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 당신의 할아버지 세대는 늙어 죽는 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였다. 거스를 수 없는 당연한 자연의 섭리고 상식이다. 그런데 이 글을 읽은 당신은 그 당연함을 더 이상 확신하지 못하는 첫 번째 세대다. 우리의 손주 세대는 늙는다는 말을 독감에 걸린다는 말처럼 들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신은 늙는 것을 운명으로 여긴 인류의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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