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2월부터 전 국민이 인공지능을 공짜로 쓰게 된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보급하는 서비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모두의 AI' 이야기로, 국산 인공지능 모델로 만든 챗봇을 9월에 시험 공개하고 12월에 정식으로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같은 정부가 올해 1월 시행한 인공지능법은, 시행과 동시에 최소 1년은 처벌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한 손으로는 인공지능을 쥐여주면서, 다른 손으로는 접어둔 것이다.
'모두의 AI'가 내세우는 명분은 선명하다. 국민 세 명 중 한 명은 아직 인공지능을 한 번도 써본 적이 없고, 쓰는 사람들도 대부분 해외 서비스에 기대고 있다. 이 격차를 세금으로 메우겠다는 것이다. 단순한 챗봇도 아니다. AI 에이전트(AI agent : 질문에 답만 하는 게 아니라 목표를 주면 필요한 절차까지 알아서 밟아주는 인공지능)를 붙여, 내가 받을 수 있는 정부 지원금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신청서까지 대신 넣어주겠다고 한다. 지난 7월 업무보고에서는 내년부터 국민 한 사람당 이런 인공지능 비서를 하나씩 쥐여주겠다는 계획까지 나왔다. 여기까지만 보면 반가운 이야기다.
문제는 '무료'라는 두 글자의 무게다. 챗봇은 한 번 만들어 놓고 끝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누가 말을 걸 때마다 그만큼 전기와 계산을 태우는 서비스다. 쓰는 사람이 늘수록 비용이 따라 붙는다. 공짜로 풀면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하느냐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 부담을 덜어주겠다며 확보해 둔 고성능 그래픽카드 512장을 참여 기업에 빌려주기로 했다. 설명회에는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클라우드, 카카오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몰렸다. 그런데 정작 업계에서 나오는 말은 냉정했다. 한 관계자는 그래픽카드 말고도 인건비 같은 운영비가 따로 들어가는데 수익까지 기업이 알아서 만들어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는 무료 제공을 원칙으로 하되 일부 고급 기능은 돈을 받아도 된다고 열어뒀고, 광고를 붙일지 말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무료라고 발표는 했는데 언제까지 무엇이 무료인지는 정해두지 않은 것이다.
인공지능법은 올해 1월 22일부터 시행된 법 쪽은 더 이상하다. 의료나 채용, 대출처럼 사람 인생을 좌우하는 분야에 인공지능을 쓰는 기업에 무거운 의무를 지우는 법이다. 그런데 정부는 시행에 맞춰 최소 1년 이상 규제를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조사와 과태료를 1년간 접어두고, 조사도 인명사고나 인권 침해 같은 중대한 일이 터졌을 때만 하겠다는 것이다. 기업에 준비할 시간을 주자는 취지야 이해가 간다. 다만 시행일에 맞춰 유예부터 발표해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정부도 무엇을 어디까지 규제할지 아직 정하지 못했다는 자백에 가깝다. 실제로 요즘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를 어디까지 위험한 물건으로 볼지를 두고 정부와 업계, 시민단체의 해석이 제각각이다. 기준이 없으니 처벌도 못 하는 것이다.
법을 만들 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르다며 자랑하더니, 정작 지켜야 할 날이 오자 1년을 미뤘다. 진흥과 규제는 원래 한 몸으로 굴러가야 하는데, 지금 우리 손에 잡히는 현실을 정리하면 이렇다. 나눠주겠다는 인공지능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지키라고 만든 법은 1년간 무용지물이다. 남은 건 발표뿐인 것이다. 생색은 정치가 내고, 막대한 운영비와 성능 격차는 다음 사람이 떠안는 구조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12월에 나올 물건이 정말 쓸 만하다면 이 걱정은 기우로 끝난다. 그러길 진심으로 바란다. 국산 인공지능을 키우자는 방향이 틀린 것도 아니다. 다만 공짜로 받은 것의 계산서는 사라지지 않고 어딘가로 간다. 기업이 떠안든, 광고로 돌아오든, 결국 세금으로 채워지든 말이다. 국민이 손에 쥐게 될 것이 인공지능인지 발표문인지는 12월에 드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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