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지구촌의 아침에는 두 개의 정반대 출근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도쿄의 공항에서는 사람의 몸을 닮은 로봇이 수하물 싣는 일을 배우러 출근하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는 어제까지 옆자리에 앉아 있던 동료가 박스에 짐을 담아 회사를 떠난다. 기계는 일자리로 걸어 들어오고 사람은 일자리에서 밀려나는 두 장면이 같은 해에, 같은 이유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짐작대로 AI다. 아직 체감이 안 된다면 숫자를 보면 된다. 미국의 해고 집계 사이트 스킬싱커에 따르면 2026년 들어 8월 14일까지 총 322건의 해고가 발표되었고, 20만 5,832명이 회사를 떠났다. 하루 평균 911명꼴이다.
오라클이 3만 754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마존 1만 9,600명, 메타 1만 6,900명, 델 1만 6,000명, 마이크로소프트 1만 600명이 뒤를 이었다.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회사들이다. 장사가 안돼서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올해 발표된 해고 322건 가운데 54%인 173건이 AI 또는 자동화를 감원 사유로 언급했고, 여기에 해당하는 인원만 17만 945명이다. 2026년 인력 감축의 가장 큰 명시적 사유가 AI인 것이다. 속도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같은 집계에서는 하루 평균 564명이 일자리를 잃었는데 올해는 911명이니, 1년 만에 감원의 속도가 1.6배로 빨라진 셈이다.
물론 집계 기준에 따라 숫자는 달라진다. 미국의 고용 조사 업체 챌린저 그레이 앤 크리스마스는 올해 발표된 미국 전체 감원 약 30만명 가운데 AI 관련은 약 5만명, 그러니까 17% 수준으로 집계한다. 하지만 어느 쪽 기준을 따르더라도 방향은 같다. 세무 소프트웨어 회사 인튜이트는 전체 인력의 17%에 해당하는 약 3,000명을 내보내며 AI 중심 회사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고, 네트워크 장비의 최강자 시스코 역시 AI 투자를 위해 수천명 규모의 감원을 발표했다. 사람에게 주던 월급을 빼서 AI에 붓겠다는 이야기를 이제는 숨기지도 않는 것이다.
그런데 학계의 진단은 뉴스 헤드라인과 결이 조금 다르다. 컬럼비아 경영대학원의 대니얼 큼 교수는 AI가 마침내 노동 시장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는데, 그 주된 경로는 해고의 증가가 아니라 채용의 축소, 특히 신입 채용의 축소라고 진단한다. 해고는 뉴스가 되지만 애초에 뽑지 않는 것은 뉴스조차 되지 않는다. 골드만삭스는 AI가 미국의 월간 고용 증가폭을 약 1만 6,000명 줄였고 실업률을 0.1%포인트 끌어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은 한발 더 나아가 앞으로 5년간 미국 일자리의 최대 15%가 사라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물론 반론도 있다. EY파르테논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그레그 다코는 지금의 감원은 인건비 절감 성격이 크고, 인재가 기술로 대체되는 상황이라 확신하기 어렵다고 선을 긋는다. 실제로 AI를 제품과 서비스 생산에 활용하는 기업은 아직 10% 정도에 불과하다는 코넬대의 분석도 있다. 하지만 취업 준비생에게는 이 논쟁 자체가 사치다. 회사가 AI 때문에 사람을 줄였든 AI를 핑계로 줄였든, 채용 공고가 사라졌다는 결과는 똑같기 때문이다. 경력이라는 사다리는 누구나 첫 칸부터 오르는 것인데, 지금 그 첫 칸이 조용히 치워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당신의 자녀가 내년 졸업을 앞두고 있다면, 이것은 태평양 건너의 남 이야기가 아니다.
통계가 AI의 보이지 않는 손이라면, 눈에 보이는 손도 이미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는 일본 최초로 휴머노이드(humanoid : 사람의 몸을 닮은 두 팔과 두 다리를 가진 로봇)를 공항 현장에 투입하는 실증 실험이 시작되었다. 일본항공의 지상조업 자회사와 GMO인터넷그룹 계열사가 손을 잡았고, 수하물 싣기에서 시작해 기내 청소, 나아가 공항 장비 조작까지 단계적으로 로봇에게 맡겨본다는 계획이다. 투입되는 로봇은 중국 유니트리의 G1 기반으로 알려졌다. 왜 하필 사람 모양일까. 답은 간단하다. 공항의 시설과 장비는 전부 사람의 몸에 맞춰 설계되어 있다. 컨베이어나 고정식 기계를 새로 깔려면 공항을 뜯어고쳐야 하지만, 사람 모양의 로봇은 사람이 쓰던 공간과 도구를 그대로 물려받아 일할 수 있는 것이다. GMO인터넷그룹은 아예 올해를 휴머노이드 원년으로 선언했다. 미국에서는 이미 성적표가 나왔다. 로봇 스타트업 피규어 AI의 휴머노이드 2대는 BMW의 미국 공장에서 11개월간 일하면서 판금 부품 9만개 이상을 옮겼고, BMW X3 3만대 이상의 생산에 힘을 보태며 약 1,250시간을 가동했다. 중국의 애지봇은 올해 3월 누적 생산 1만대를 돌파했고, 유니트리는 지난해 5,500대 이상을 출하한 데 이어 올해 목표를 2만대로 잡고 기업공개까지 추진하고 있다.
테슬라는 연간 100만대 생산 능력으로 설계된 옵티머스 라인을 준비 중인데, 양산 시작이 7월 말에서 8월로 미뤄지며 진통을 겪고 있다. 중국 전기차 거인 BYD도 이번 달 자사 매장에서 첫 휴머노이드를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BYD의 스텔라 리 수석부사장은 로봇 경쟁의 핵심은 제조 능력과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역량이라고 강조하면서, 앞으로 매장마다 로봇 2, 3대가 차량을 소개하고 시연하게 될 것이라는 구상까지 내놨다. 다만 로봇이 인간 영업사원과 고객 사이의 정서적 연결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고 못 박았다. 로봇을 만들어 파는 회사조차 사람의 자리를 완전히 지울 수는 없다고 보는 것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전 세계 휴머노이드 출하량을 9만대, 2030년 120만대로 내다보고, 모건스탠리는 2050년 10억대, 시장 규모 5조 달러 전망까지 내놨다. 로봇의 노동이 시연 영상이 아니라 근무 일지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있는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나라마다 로봇을 들이는 이유가 정반대라는 점이다. 일본이 공항에 로봇을 세운 이유는 사람을 자르기 위해서가 아니다. 관광객은 쏟아져 들어오는데 일할 사람이 없어서다. 일본항공의 보도자료에도 생산연령인구 감소로 인한 인력난이 실증의 배경으로 명시되어 있다. 반면 미국 기술 업계의 감원 발표에는 비용 절감과 AI 투자가 나란히 등장한다. 같은 기술을 놓고 한쪽은 일손이 없어 로봇을 쓰고, 다른 한쪽은 돈을 아끼려 사람을 줄이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느 쪽일까. 안타깝게도 둘 다에 해당한다. 세계에서 손꼽히게 빠른 고령화 속도로 일본식 인력난이 예약되어 있고,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탓에 신입의 자리는 이미 오래전부터 좁아져 왔다. 여기에 AI까지 얹히면 청년들이 경험을 쌓을 첫 일자리부터 사라지게 된다. 신입을 뽑아 가르치는 대신 AI와 경력직으로 버티는 회사는 당장의 손익계산서에서는 분명 효율적일 것이다. 하지만 신입이 없는 회사에는 10년 뒤의 중간 관리자도 없다. 인사 관리 회사 하이밥의 켄 메이토스는 지금 기업들이 인건비를 기술 투자로 옮기고 있으며, 기술이 자리를 잡고 나면 그 돈이 다시 사람에게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 바람이 현실이 될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기술의 물결 자체를 막을 방법은 없다. 로봇은 사람이 하기 힘들고 위험한 일부터 대신하게 될 것이고, AI는 반복 업무를 빠르게 흡수할 것이다. 다만 그 무게가 모두에게 공평하게 나뉘는 것은 아니다.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경력 20년의 부장이 아니라 이제 막 사회에 나오려는 20대가 먼저 짊어지게 된다. 그리고 이것은 청년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부장도 임원도 모두 신입에서 시작해 경험을 쌓으며 만들어진 사람들이다. 오늘 신입을 뽑지 않는 회사는 10년 뒤 팀을 맡길 사람을 구하지 못하게 된다. 신입 채용은 당장의 지출이 아니라 미래의 관리자를 키우는 투자라는 것을 기업들이 기억했으면 한다. AI는 일을 대신할 수는 있어도 회사를 이끌 사람까지 키워주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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