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 보아라, 옛 고구려 땅의 이야기
세상이 바보라 부르던 사내, 그 이름 온달
누더기 걸치고 산을 내려와
밥 한 술에 웃던 놈이라 다들 비웃었지
바보 온달, 그 이름이 내 죄명
근데 두고 봐, 이 산이 나의 병영
어깨에 진 지게 대신 활을 메면
숨죽인 들판도 내 발소리에 떨 텐데
아직은 때가 아냐, 이빨을 갈며
평야 끝 지평선에 내 이름을 새겨
울보라 놀리시던 아버지의 그 말
"너는 커서 온달에게 시집이나 가라"
비단옷 벗어두고 궁문을 나섰네
가진 건 팔찌 몇 개, 그리고 믿음 하나
문 앞에서 떨던 밤, 달빛만 곁에 앉아
바보라던 그 사람 눈 속의 불씨를 봤다
남들이 버린 돌을 내가 갈고 닦아
당신을 장수로, 이 나라의 칼로
울리는 북소리 위에 바보가 일어선다 (일어선다)
천한 이름 위에 왕관 대신 흉터를
온달과 평강, 이 노래를 새겨라
공주가 고른 말은 병든 국마
남들 눈엔 폐마, 내 눈엔 준마
사냥 대회 그날, 앞선 건 내 화살
왕이 물었지 "네 이름이 무엇이냐"
"온달입니다" 그 한마디에 조정이 얼어
후주의 대군이 요동 벌판을 밀어
선봉에 선 나, 수십 급을 베고
바보라 부르던 입들이 장군이라 불러
말발굽 소리 천지가 울려 먼지가 하늘을 덮어
신라에 뺏긴 한강 이북 되찾기 전엔 안 돌아온다 했어
아단성 성벽 아래 빗발치는 화살 비
앞으로 앞으로 물러섬 없이 내달리는 그이
바보라 웃던 세상 전부 무릎 꿇린 사내
지게 지던 어깨로 나라의 깃발을 맸네
근데 왜, 근데 왜, 하늘은 시기했나
날아든 화살 하나 내 사람을 데려갔나
울지 마라 울지 마라 해도 터지는 이 울음
장군의 이름 석 자, 온달, 온달, 온달
관이 움직이질 않네… 땅에 붙어 떨어지질 않네
"죽고 사는 것은 이미 정해졌으니… 이제 그만 돌아가시지요"
내 손이 닿자 그제야… 떠나시는가, 내 사람아
아이고…
울리는 북소리 위에 바보는 없었다 (없었다)
천한 이름 위에 왕관 대신 흉터를
온달과 평강, 천년을 넘어 불러라
바보라 웃던 이름이 장군이 되어
천년이 지나도록… 온달과 평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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