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치찌개 끓이는 법을 검색 후 위에서부터 대충 네다섯 개를 열어보면 이상하게 문장이 닮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될 텐데, 재료를 늘어놓는 순서도, 끝에 붙는 당부의 말도 비슷하다. 분명 사람이 쓴 글 같은데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 찜찜함은 착각이 아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가 지난 20일 이 찜찜함을 숫자로 내놓았다. 전 세계 웹페이지를 통째로 긁어 보관하는 커먼크롤(Common Crawl)에서 2021년 1월부터 올해 7월까지 모인 영어 웹페이지 약 49만 개를 탐지 모델에 통과시켰다. 7월에 걷어 올린 1만 개를 무작위로 뽑아보니 열 곳 중 한 곳에서 AI가 쓰거나 크게 손본 자국이 나왔다.
10%... 당연히 작게 느껴지고 체감 안될 지도 모르는 수치인데, 오래된 페이지를 빼고 챗GPT가 공개된 2022년 11월 이후에 올라온 것만 추리자 비율이 35%로 뛴다. 새로 쌓이는 인터넷의 3분의 1은 사람 손을 거의 거치지 않았다는 뜻이다. 주소 끝에 붙은 최상위 도메인에 따른 격차도 선명하다. 상업용인 닷컴(.com)은 10% 안팎인데 비영리 단체용인 ‘.org’는 4.6%, 교육 기관과 정부가 사용하는 ‘.edu’와 ‘.gov’는 1% 남짓이다. 공공기관이 유독 정직해서가 아니다. 조회수로 돈이 되지 않는 페이지는 대량으로 찍어낼 이유가 없다.
연구진은 글의 내용을 아예 보지 않고 글 버릇만 봤다. 1만 단어당 몇 번 나오는지를 2023년과 올해로 갈라 비교했더니, 문장 중간을 길게 긋는 줄표가 5.79회에서 11.19회로 딱 두 배가 됐다. 앞을 부정하고 뒤를 세우는 문형, 그러니까 "A가 아니라 B다" 꼴은 0.87회에서 2.36회로 거의 세 배가 됐다.
단어 목록에 이르면 아예 명단이다. AI가 유독 사랑하는 낱말들이 있다. 덧붙여(additionally), 부합하다(align with), 깊이 파고들다(delve), 상호작용(interplay), 결정적인(pivotal), 방증(testament), 생동감 있는(vibrant). 이 무리의 등장 횟수가 11.94회에서 26.02회로 뛰었다. 이런 단어가 촘촘히 박힌 영문 메일을 받았다면 한 번쯤 의심해 볼 만하다.
이런 내용이 발표되고 줄표(―)가 AI의 표식이라는 소문이 돌자 사람들은 자기 글에서 줄표를 지우기 시작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주요 모델을 놓고 세어보니 줄표를 사람보다 자주 쓰는 모델은 클로드 하나뿐이었다. 나머지는 누명이었다. 원래 줄표는 좋은 기자와 작가들이 아끼던 부호다. AI가 그들을 배워 따라 한 것인데, 오해받기 싫은 원조들이 먼저 손을 뗐다. 기계처럼 보일까 봐 사람이 자기 문체를 버리게 되었다.
학술 논문 쪽도 오염되었다. 지난 12일 공개된 분석은 미국의 의학 논문 저장소인 펍메드 센트럴에 실린 논문의 본문 전체를 훑었더니, 작년 12월에 실린 논문의 약 90%에서 AI가 문장을 다듬은 자국이 나왔다. 2025년 한 해로는 77%, 2024년은 52%였다. 논문 안에서도 갈렸다. 결과를 해석하는 고찰이 78%로 가장 높았고 실험 절차를 적는 방법은 54%에 그쳤다. 말을 그럴듯하게 다듬어야 하는 부분일수록 AI의 흔적이 많이 남았다.
나라별 통계로는 한국과 중국, 대만처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의 연구진이 주도한 논문은 작년 AI 사용률이 80%를 넘었다. 영국과 미국은 한참 낮았다.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면, 스탠퍼드 연구진이 검출기 일곱 개에 비영어권 학생들의 토플 에세이를 넣었더니 평균 61.3%를 AI가 썼다고 판정했다. 하지만 그 5개 중에 1은 사실 AI가 작성한 것이 아니다. 원어민 글에서는 이런 실수가 거의 없었다. 어휘가 단조롭고 문장이 예측 가능하면 기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서툰 영어와 기계의 영어를 지금 기술은 잘 갈라내지 못한다는 것이다.
판별 기술은 두 갈래로 벌어졌다. 하나는 다 쓴 글을 놓고 맞히는 것으로 퓨리서치가 쓴 팬그램은 지난 6월 시카고대와 브뤼셀자유대 연구진의 외부 평가에서 대부분의 모델을 99.8% 이상 맞혔고, 오탐률은 1만 건에 한 건 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스탠퍼드 실험대에 올랐던 구형 도구들과는 다르다는 반박이다.
다른 하나는 만들 때부터 도장을 찍어버리는 것으로 구글의 신스ID는 AI가 문장을 지어낼 때 단어 선택 확률을 아주 미세하게 비튼다. 사람 눈에는 안 보이고 기계만 읽어내는 무늬가 글 안에 깔린다. 구글이 이 기술을 공개하자 엔비디아, 오픈AI, 카카오, 일레븐랩스가 따라붙었고 올해 크롬과 검색에도 들어갔다. 제작 이력을 파일에 서명해 붙이는 C2PA라는 표준도 함께 퍼졌다. 유럽연합은 인공지능법 50조를 이번 달 발효시켜 합성 콘텐츠에 표시를 의무화했다.
물론 이마저 완벽하진 못하다. 글 안의 무늬는 사람이 문장을 고쳐 쓰면 깨지고, 파일에 붙은 이력은 스크린샷 한 번이면 날아간다. 퓨리서치도 보고서에 개별 문서는 오분류될 수 있으니 대규모 패턴만 믿으라고 못 박아 뒀다.
먼저 방어선을 친 곳은 위키백과인데 영문 위키백과 편집자들은 3월 20일 표결에서 44대 2로 AI에게 문서를 쓰거나 고치게 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결정을 밀어붙인 쪽은 위키프로젝트 AI 클린업이라는 자원봉사 모임으로, 존재하지도 않는 논문을 갖다 붙인 각주와 알맹이 없는 문서들을 몇 년째 맨손으로 걷어내던 사람들이다.
음악과 책은 규모가 다르다. 스포티파이는 1년 동안 스팸으로 판정한 곡 7,500만 개를 지웠다. 그런데 하루에 새로 올라오는 곡이 10만 개를 넘는다. 퍼내는 속도보다 새는 속도가 빠르다. 경쟁사 디저는 올해 중반 완전히 AI로 만들어진 트랙이 하루 업로드의 절반, 약 9만 곡을 넘었다고 집계했다. 아마존 자가출판에서는 3년 사이 책 목록이 38.3배로 불어나는 동안 분기 매출은 8.9배 느는 데 그쳤다.
진짜 문제는 다음인데, 지금의 AI는 사람이 쓴 글을 학습해서 결과를 내놓는다. 그런데 새로 쌓이는 글의 3분의 1이 AI의 출력물이고, 다음 세대 모델은 그걸 다시 학습한다. 복사기로 복사본을 뜨고 그 복사본을 또 복사하는 짓과 같다. 처음엔 티가 안 나다가 몇 세대를 지나면 글자가 뭉게지게 된다. 학계는 이를 모델 붕괴라 부른다. 학습을 거듭할수록 표현의 폭이 좁아지고 오류가 증폭된다. 악순환의 시작 지점에 있는 걸지도 모른다.
사람이 쓴 글에 사람이 접근하기도 어려워지고 있다. 퓨리서치가 미국 성인 900명의 검색 기록 6만 8,879건을 추적해 보니, AI 요약이 뜬 검색에서 링크를 눌러 본 비율은 8%였다. 요약이 없을 때는 15%였다. 요약 안에 달린 링크를 누른 경우는 전체 방문의 1%다. 네이버도 다르지 않다. 블로그와 카페 글을 AI가 종합해 보여주는 AI 브리핑을 월 3,000만 명 넘는 사람이 쓰고, 작년 12월 기준 전체 검색 결과의 20%를 이 화면이 덮었다. 올해 목표는 40%다.
클라우드플레어가 집계한 지난달 자료는 더 대놓고 보여준다. AI 회사의 수집 로봇이 남의 웹페이지를 몇 장 가져갈 때마다 방문객 한 명을 돌려보내는지 따져봤다. 미스트랄은 3,389장을 가져가고 한 명을 보낸다. 앤트로픽은 2,237대 1, 오픈AI는 217대 1이다. 검색으로 먹고사는 구글은 5대 1, 덕덕고는 2.5대 1이다. 도서관에서 3,389권을 복사해 가면서 손님은 한 명 데려다주는 셈이다.
글 쓰는 사람이 줄어든다면 재능이 말라서가 아니다. 읽어줄 사람에게 가는 길이 막혀서다. 그 길이 막히면 새 글이 줄고, 새 글이 줄면 기계가 배울 것도 함께 줄어든다. 그러니 앞으로는 무언가를 읽을 때마다 한 번쯤 쓴 사람을 의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걱정 마시길, 최소한 여러분들이 읽고 있는 이 글은 사람의 손끝에서 작성되었다.
<출처>
https://www.pewresearch.org/data-labs/2026/08/20/how-much-of-the-internet-is-written-with-ai/
https://www.pewresearch.org/data-labs/2026/08/20/methodology-ai-content/
https://www.fastcompany.com/91584243/how-to-identify-ai-generated-writing-viral-report-has-surprising-new-clues-economist
https://www.nature.com/articles/d41586-026-02551-z
https://phys.org/news/2026-08-marker-words-sharp-ai-biomedical.html
https://arxiv.org/pdf/2304.02819
https://arxiv.org/pdf/2402.14873
https://www.pangram.com/blog/all-about-false-positives-in-ai-detectors
https://www.infoq.com/news/2026/05/google-synthid-content-detection/
https://blog.google/innovation-and-ai/products/identifying-ai-generated-media-online/
https://en.wikipedia.org/wiki/Wikipedia:WikiProject_AI_Cleanup
https://www.neowin.net/news/spotify-reportedly-removed-over-75-million-ai-slop-songs-from-its-platform/
https://arxiv.org/abs/2607.20349
https://searchengineland.com/google-ai-overviews-hurting-clicks-study-459434
https://www.eb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685289
https://nobori.ai/blog/crawl-to-refer-ratio-ai-crawler-traffic-b2b-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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