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탁기는 빨래를 하고 건조기는 말려 주는데, 수건을 개는 일은 여전히 사람 몫이다. 기왕 기계를 들였으면 서랍에 넣는 것까지 해 주면 좋겠지만, 그 마지막 과정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다. 그런데 국내 기업들이 이 마지막 과정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LG전자는 수건을 개는 로봇을 선보였고, 현대차그룹은 불이 난 건물에 소방 로봇을 투입했다. 하나는 귀찮은 일을, 다른 하나는 위험한 일을 맡는다. 같은 로봇이지만 해결하는 문제는 상당히 다르다.
LG전자의 홈 로봇 ‘클로이드’는 두 팔과 손가락으로 세탁물을 다루고 수건을 정리하는 작업을 제시했다. 수건 하나 개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싶겠지만, 로봇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컵은 들어 올려도 모양이 그대로지만 수건은 잡는 순간 늘어지고 접힌다. 한쪽 끝을 들었을 때 반대쪽이 어디에 있는지 다시 확인하고, 쥐는 위치와 움직임도 조절해야 한다. 정해진 자리에서 똑같은 물건을 집는 작업과는 조건이 다르다. 우리가 별생각 없이 하는 집안일에는 눈과 손의 복잡한 협력이 숨어 있다.
LG전자가 설명한 핵심도 이 연결이다. 카메라로 본 장면과 사람의 말을 함께 이해하고, 이를 실제 행동으로 이어 주는 기술을 적용했다. 피지컬 AI(Physical AI: 현실에서 보고 판단하며 몸을 움직이는 인공지능)가 필요한 이유다. ‘수건을 정리해’라는 말을 알아듣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어떤 물건을 잡고 어디로 옮길지 정한 뒤, 움직인 결과를 보면서 다음 동작을 이어가야 일이 끝난다. 시연이 느리다고 의미까지 작아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술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단계와 집안일을 맡아 주는 제품의 단계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공개 당시 자료만으로는 집에서 얼마나 자주 사람의 도움을 받는지 알기 어렵다.
현대차그룹의 무인 소방 로봇은 눈과 발을 다른 방향으로 발전시켰다. 제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충북 음성의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 짙은 연기 속에서 적외선 카메라로 정보를 얻고, AI 시야 개선 기술로 형태를 알아보기 쉽게 해 소방관의 판단을 돕는다. 여섯 바퀴는 각각의 모터로 구동하며, 일부 모터가 손상돼도 나머지로 이동을 이어가도록 설계했다. 사람이 위험한 곳에 직접 들어가지 않고도 내부를 살필 수 있다는 데 가치가 있다. 현재는 소방관이 원격 조종하고 있고, 완전 자율주행은 다음 단계로 설명된다.
문제는 현장의 사소해 보이는 기본 요소들이었다. 지하 주차장 시험에서 끌고 가던 호스가 차량 바퀴 사이에 걸려 연결부 밸브가 파손됐다. 결국 호스를 말아 싣고 움직이면서 풀어내는 방식으로 바꿨다. 아무리 똑똑한 로봇도 물이 오지 않으면 불을 끌 수 없다. 차체를 열로부터 보호하는 분무장치에도 물이 필요하다. 통신 역시 마찬가지다. 제조사는 지하 1층 직선거리 130m에서 원격 제어 시험을 했다고 밝혔지만, 건물마다 벽과 통로가 다르니 모든 지하 공간에서 같다고 볼 수는 없다. AI가 화면을 잘 보여 줘도 신호가 끊기면 조종하는 사람에게 닿지 않는다.
집에서는 다른 형태로 같은 질문을 만나게 된다. 수건을 개는 동안 사람이 옆에서 계속 펼쳐 주고 다시 집어 줘야 한다면, 집안일이 줄어든 만큼 로봇을 돌보는 일이 생긴다. 구매비와 수리비까지 들이고 실제로 얼마나 시간을 아꼈는지가 중요하다. 소방 로봇은 비싸더라도 소방관의 위험을 줄인다면 도입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조종 훈련과 정비, 급수와 통신을 준비하는 일까지 사라지지는 않는다. 두 로봇 모두 기술이 발전했다는 사실과 사람이 안심하고 일을 맡길 수 있다는 사실 사이에 남은 거리를 보여 준다. 사람이 수건과 호스까지 챙겨야 하는 현실을 봤을 때는 아직은 일상생활 속 깊이 들어오기엔 이르지만 발전 속도를 보면 그리 멀지 않은 이야기가 될 것임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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