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님께 스마트폰 사용법을 알려드리다 답답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방금 설명한 버튼을 다시 물으면 자녀는 답답한 마음에 화면을 건네받아 대신 눌러주곤 한다. 당장은 빠르지만 다음에도 같은 부탁이 돌아온다. 직접 해볼 기회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AI를 앞에 두고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사용이 서툰 이유를 나이 탓으로 돌리기 전에, 어떻게 배우고 어떤 화면을 마주하고 있는지부터 들여다봐야 한다.
지난 10월 15일 열린 ‘전국 시니어 AI 골든벨’ 본선에는 평균 나이 71.9세의 어르신 64명이 참가했다. 카카오의 기업재단 카카오임팩트가 19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국 150개 노인복지관에서 3,000여 명이 예선을 거쳤다. 참가자들은 AI 상식과 디지털 안전 지식을 겨루고 실제 활용 문제도 풀어냈다. 물론 교육을 이수한 참가자들이 모인 자리인 만큼 고령층 전체의 모습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나이만으로 배움의 한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히 보여준다.
이 대회 뒤에는 재단이 2024년부터 이어온 찾아가는 노인복지관 디지털 교육이 있었다.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결과를 가려 쓰는 힘은 앱을 깔아준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직접 질문하고, 엉뚱한 답이 나오면 질문을 고쳐 다시 묻는 시행착오가 쌓여야 한다. 옆에서 대신 화면을 눌러주는 것과 스스로 눌러보도록 기다려주는 것의 차이가 여기서 갈린다.
그렇다고 이용자에게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만으로 문제가 다 풀리지는 않는다. 배워야 할 버튼과 복잡한 절차를 덜어내는 일도 뒤따라야 한다. 같은 날 네이버가 내놓은 파파고의 ‘트렌드’ 서비스는 한국어가 낯선 외국인 여행객을 통해 이 과제를 보여준다.
여행객이 메뉴판을 번역해 음식 이름을 알아냈더라도 식당 영업시간을 찾고 후기를 읽으며 예약하는 과정은 여전히 높은 벽이다. 단어를 아는 것과 원하는 용무를 마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파파고는 외국인의 이미지 번역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심 높은 상품과 장소를 추려 소개하고, AI 요약 정보와 국내 이용자 후기를 한곳에 묶었다. 장소 정보에서 영업시간과 메뉴를 확인한 뒤 길찾기와 예약까지 한 흐름으로 이어지게 한 것이다.
단순히 번역 문장을 매끄럽게 다듬는 수준을 넘어, 한국어를 모르는 이가 여러 앱을 오가며 헤매야 했던 과정을 자기 언어로 끝낼 수 있게 이어붙인 셈이다. 복지관에서 AI를 배우는 어르신과 한국을 찾은 외국인 여행객의 사정은 다르지만, 낯선 기술과 언어 앞에서 필요한 일을 끝마치기 어렵다는 점은 닮았다. 결국 이용자는 어디까지 배워야 하고, 서비스는 문턱을 어디까지 낮춰야 하는지 묻게 된다.
아무리 친절하게 가르쳐도 화면이 바뀔 때마다 처음부터 다시 익혀야 한다면 혼자 쓰기 어렵다. 버튼의 기능이 한눈에 들어오고 다음 단계가 예측되며, 잘못 눌러도 쉽게 되돌릴 수 있는 화면이어야 배운 내용을 혼자서도 반복할 수 있다. 반대로 절차가 간편해졌다고 해서 이용자의 판단까지 필요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요약한 내용과 실제 매장의 안내가 다를 때 어디를 다시 확인해야 하는지, 실수했을 때 어떻게 이전 화면으로 돌아갈지 가늠하는 눈은 여전히 교육을 통해 길러야 할 몫이다.
이 때문에 수강생 숫자나 새로 추가된 기능 개수만으로는 AI 보급의 성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수업이 끝난 뒤 혼자 필요한 정보를 찾아냈는지, 낯선 도시에서 남의 도움 없이 식당 예약을 마쳤는지가 실제 삶을 바꾸는 기준이 된다. 카카오의 교육과 파파고의 새 기능이 현장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도 결국 이런 경험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누군가 AI에 서툴다고 말하기 전에, 스스로 해볼 시간과 끝까지 완수할 수 있는 화면을 제대로 갖추어 주었는지부터 되물을 때다.
<출처>
https://www.kakaocorp.com/page/detail/12168
https://navercorp.com/media/pressReleasesDetail?seq=10034765
> comments
댓글
댓글 쓰기